일부 교회들이 연합해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예배를 가진 것을 두고 교계 안팎에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목회자들이 추모예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미화하고, 찬양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서울 나들목교회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예배 모습.
지난 25일 저녁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나들목교회(박원영 담임목사)에서 개신교계 최초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예배가 열렸다.
이 예배에는 부천원미동교회 김영진 원로목사, 인천만민교회 하귀호 목사, 잠실동교회 백광진 목사, 광은교회 김한배 목사, 성광침례교회 유관재 목사 등 개신교 목회자들을 비롯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딸 박근령 씨 부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박정희추모예배준비위원회(위원장 남기수)측은 "기독교 발전에 공헌하고 기독교 신앙생활을 한 박 전 대통령을 재조명하기 위해 추모예배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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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추모예배에 참석한 목회자들에게서 귀를 의심할만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설교를 전한 김영진 목사(전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는 “우리나라가 잘살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은혜라며, 하늘에 계신 박 대통령을 위해 박수를 쳐드리자”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어 “한국은 정말 독재를 해야 한다”, "하나님도 독재를 하셨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정권을 옹호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추모예배에 참석한 목회자들에게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 발언은 계속됐다.
박원영 목사(서울 나들목교회)는 “군복음화의 일등공신은 바로 대통령이십니다.”라고 말했고, 하귀호 목사(인천 만민교회)는 “예장합동 측 목사로서 저는 늘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해왔다"며, "박 대통령을 추모하는 말 대신 제가 오늘 준비한 꽃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같이 개신교 목회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 알려지면서 SNS 상이나 인터넷 댓글을 통해 목회자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인터넷 누리꾼들은 "개신교 목회자들이 불교신자로 알려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예배를 3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진행한 속내가 궁금하다"며, 목회자들이 정치권력을 쫓는 것에 대한 욕설과 조롱을 쏟아냈다.
기독교인들 역시 “이것은 우상숭배고 기독교가 아니다”, “기독교인인 것이 부끄럽다”, “신성모독”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추모예배를 진행한 목회자들을 비난했다.
박정희 정권시절 민주화운동에 힘쓰다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박형규 목사(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는 “목회자들이 교계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탄압했던 사람을 위해 추모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기가 막힐 일이다”며,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 2.0목회자운동 실행위원 이진오 목사(더함공동체교회)는 “박정희 대통령이 군사독재와 인권유린을 일삼은 것을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엄히 경계해도 시원치 않을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들을 추모한다는 것이 어찌 가당한 행위이겠냐”며, “목회자들이 권력에 기생하고 아부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이어 “교회에 대해 조금 기여한 것이 있다고 히틀러와 김일성까지 추모할 수 있겠냐"며, "목회자들의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한국교회의 선교의 문은 더 막혀 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박정희추모예배준비위원회측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오는 2017년까지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인 11월 14일에 추모예배를 계속해 나갈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