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먼저 가실게요' 두산이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먼저 이기면서 우승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사진은 24일 1차전에서 두산 이종욱(왼쪽)이 2회삼성 선발 윤성환(오른쪽)으로부터 적시타를 때리고 1루로 달려가는 모습.(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에서 정규리그 4위 두산이 먼저 웃었다.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이자 2년 연속 우승팀 삼성은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1차전 승리는 매우 의미가 있다. 역대 KS에서 첫 판을 이긴 팀이 정상에 오를 확률이 80%(30번 중 24번)나 되기 때문이다. 십중팔구는 우승을 했다는 뜻이다.
다만 KS 역사에서 정규리그 4위 팀이 우승한 전례는 없었다. 확률 상 0%였다. 단일리그가 시작된 1986년 이후 4위가 KS에 오른 것은 4번 있었지만 모두 정규리그 1위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런 면에서 올 시즌 KS는 통계의 모순, 또는 역사의 충돌로 볼 수 있다. 만약 두산이 1차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우승한다면 4위 팀의 한계라는 역사를 뒤집을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이 정상에 오르면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 80%의 틈을 비집는 것이 된다.
▲삼성, 선승 뒤 우승 확률 71.4%통계의 역설은 더 있다. 먼저 삼성을 살펴보면 역대 KS에서 1차전을 내줬을 때는 우승이 없었다. 반대로 정상에 올랐을 때는 모두 1차전을 이겼다. 200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5, 06년과 2011, 12년 모두 1차전 승리를 발판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것만 보면 올해 삼성의 KS 정상 등극 확률은 0%다. 만약 삼성이 올해 역전 우승을 이룬다면 구단의 우승 공식을 새로 쓰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의 9차례 준우승을 보면 KS 선승이 꼭 우승의 보증수표는 아니었다. 삼성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1차전 무승부 뒤 2차전을 이겼지만 내리 4연패로 우승컵을 OB(현 두산)에 내줬다.
2001년에도 1차전을 이겼지만 이후 2승4패로 역시 두산의 우승을 바라봐야 했다. 삼성의 KS 선승 이후 우승 확률은 71.4%가 되는 셈이다. 1차전을 지고 우승한 적은 없지만 선승했다고 해서 정상 등극을 이루지 못한 경우도 있는 묘한 역사다.
▲두산, 우승의 조건은 '선패(?)'두산도 마찬가지다. KS 1차전 승리가 우승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지난 2007년과 08년 모두 SK와 KS에서 1차전을 이겼지만 끝내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특히 07년에는 2승을 먼저 하고도 내리 4연패했다. 당시를 생생하게 경험한 두산 김현수가 "1차전이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2승하고도 준우승했는데 문제는 흐름을 어떻게 가져오고 이어가느냐"라고 말한 이유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세 번의 KS 우승에서 먼저 승리를 내줬다. 1982년을 비롯해 1995년 롯데, 2001년 삼성에 1패를 안고 KS를 시작해 정상까지 올랐다. 통계만 본다면 두산은 역설적으로 선패해야 KS 우승을 안았던 공식이었다. 그렇다면 올해 두산의 정상 가능성은 제로다. 만약 올해 우승한다면 두산 역시 새로운 구단 역사를 쓰게 되는 셈이다.
일단 류중일 삼성 감독은 "어느 팀이든 4번 이기면 끝난다"면서 "잠실에서 승부를 걸면 된다"며 1차전 패배를 의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진욱 두산 감독도 "최대한 빨리 끝나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삼성의 반격을 예상했다.
두산의 1차전 승리로 복잡하게 만들어진 통계의 역설들. 과연 어느 팀이 프로야구 역사에 새로운 통계를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