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윤창원 기자)
금융위원회 정찬우 부위원장이 민관 금융사절단 단장 자격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려다 일정을 취소하고 대타를 내세워 외교적 결례 논란을 낳고 있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 부위원장은 27일~30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쉬켄트에서 열리는 양국간 보험산업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사절단 단장은 금융위 이상제 상임위원이 대신 맡게 됐고, 금융연구원 등 다른 기관의 참석자 숫자와 직급도 하향조정됐다.
이는 금융위에 대한 국회 종합감사(11월1일)가 임박해있는데다 동양그룹 사태로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절단의 우즈베키스탄 방문 일정을 보면, 방문 이튿날인 28일에는 포럼과 아지모프 수석부총리 면담 일정이 잡혀있지만 29일에는 실크로드의 유명 관광지 사마르칸트를 방문하기로 돼있어 ‘외유 출장’ 논란을 낳을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출장은 말이 초청방문이지, 왕복 항공료와 숙박 등 대부분의 경비를 우리 측이 부담한다.
또 삼성생명, 신한생명, 동부화재, 현대해상, 서울보증보험 등 업계 임원들은 금융위 측 요청에 따라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의 보험 시장은 우리의 1/1000 정도에 불과하다”며 “솔직히 말해 업계에선 시장성이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부터 회계연도가 12월로 바뀌고 11월엔 금감원 감사도 있어서 지금이 제일 바쁜 시기인데 출장을 가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덧붙였다.
어쨌거나 정 부위원장의 불참으로 '외유' 논란은 다소 피해갔지만 외교 결례는 면키 어렵게 됐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당초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초청했지만 우리 측은 국정감사를 이유로 정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내세웠고, 결국은 역시 같은 이유로 부위원장에서 상임위원으로 급을 낮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초 사절단에 포함됐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중간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전체적인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금융위의 이 같은 난맥상은 뻔히 예고돼있는 국감 기간 중에 해외출장 계획을 잡으면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 이종걸 의원(민주당)은 “해외일정을 잡은 것 자체가 문제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