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애플리케이션(앱)이 미션을 준다. 식빵 모양의 몬스터 캐릭터 '빵야'를 토스트기에서 꺼내는 미션이다. 실패하면 알람은 계속 울린다. 귀여운 캐릭터와 산뜻한 디자인, 사용자경험이 녹아든 알람서비스 앱 '알람몬'이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엔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샤오미까지 러브콜을 보냈다.
8월 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2013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경진대회'가 열렸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IT기업부터 개인개발자까지 참여한 중국 최대 규모의 대회였다. 결선 후보로 올라간 앱은 총 150개. 그중 1등의 영예는 대학병원 의사이자 프로그래머인 개발자에게 돌아갔다. 여성의 생리주기를 활용해 가임기뿐만 아니라 몸의 상태를 진단하는 앱이었다. 기술력이 돋보였다.
이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앱은 또 있었다. 알람서비스 앱 '알람몬'이었다. 꼬꼬댁(닭)ㆍ다크냥(고양이)ㆍ두비(거북이)ㆍ싱구리(개구리)ㆍ게으름뱅어(붕어)ㆍ빵야(식빵) 6개의 몬스터 캐릭터가 내는 미션을 수행해야만 알람이 꺼지는 앱이었다. 심사위원단은 "기술력에만 초점을 맞춘 앱과 달리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사용자경험(UX)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샤오미가 반한 알람괴물 '알람몬'
흥미롭게도 알람몬을 개발한 곳은 국내 IT벤처기업 '말랑스튜디오'다. 2011년 3월 대학생 5명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대회 기간 내내 알람몬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프로그램 구동이 우수하기도 했지만 귀여운 캐릭터와 감성적인 디자인,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한 사용자경험(UX)이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주최 측은 이 회사 김영호 대표에게 한국의 모바일 시장과 앱 동향을 소개해줄 것을 요청했다. 글로벌 시장의 격전지인 중국에서 '말랑스튜디오'가 각광을 받는 순간이었다.
대륙이 반한 알람몬의 탄생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2월, 대학생이었던 김 대표는 국내 대기업의 기술자 훈련 프로그램에 발탁됐다. 활동이 우수할 경우 특채로 입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모두가 바라는 대기업이었다. 미래가 보장된 그곳에서 김 대표는 다른 꿈을 꾸었다. '창업'이었다.
2011년 3월 회사를 설립했다. 세상을 즐겁게 하는 서비스라는 뜻에서 '말랑스튜디오'라고 이름을 지었다. 김 대표는 자신과 같은 뜻을 품은 '동지'를 찾아나섰다. 그해 8월, 5명의 대학생이 모였다. 디자이너와 기술자를 섭외하는데 꼬박 6개월이 걸린 것이다.
김 대표가 팀원들에게 말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앱을 개발하자. 게임ㆍ디자인ㆍ사진ㆍ영상 등 무엇이든 좋다. 자신 있는 분야라면 OK이다." 이렇게 해서 말랑스튜디오가 2011년 한해 동안 출시한 앱은 총 6개. 그중 기술적으로 괄목할 성과를 거둔 앱이 있었다. 당뇨병과 영양상태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앱 '당뇨&영양'이 대표적이었다. 서비스 방향이 명확했고, 기술력이 탁월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ㆍ영양사와 함께 개발했다는 메리트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유는 이 앱의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층이라는 점에 있었다. 글자가 작아서 중년층이 읽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기술력은 뛰어났을지 몰라도 사용자의 니즈에는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전략을 수정했다. 사람들이 '하루 한번은 사용하는 앱'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발품을 팔며 시장조사에 나섰다. 카테고리를 분석했더니 커뮤니케이션(메신저ㆍSNS)과 카메라ㆍ음악ㆍ뉴스ㆍ알람 등이 도출됐다. 순간 김 대표의 눈이 번뜩였다. 알람이야말로 하루 한번 사용하는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콘텐트였기 때문이다.
아이템이 정해지자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디자인팀이 제안했다. "몬스터 캐릭터를 등장시켜 알람 미션을 수행하게 하자." 이를테면 '다마고치' 같은 것이었다. 다마고치는 1990년대 일본 완구회사가 개발한 휴대용 전자 애완동물 사육게임기다. 김 대표와 팀원은 다마고치를 키우던 사용자경험을 반영한 앱 개발에 3개월가량 매달렸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몬스터 캐릭터가 '꼬꼬댁'이다.
알람몬은 지난해 1월 1일 출시됐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1일 가입자 100명이었던 것이 한달만에 1만명으로 증가했다. 출시 1년 만에 전세계 140만 사용자(누적)가 알람몬을 사용했다. 중국ㆍ미국ㆍ대만ㆍ태국ㆍ홍콩ㆍ말레이시아ㆍ호주ㆍ일본ㆍ필리핀 등 전세계 이용자가 몰렸다. 이들이 올 8월까지 내려받은 건수는 450만건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알람몬의 1일 평균 사용자수다. 올 8월 기준으로 1일 사용자는 30만명 이상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들이 알람몬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라서다. 사용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꾸준히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야 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사용자와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그는 "앱 출시 1년 10개월 만에 알람몬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1개에서 6개로 늘었다"며 "앞으로 유명 가수와 성우를 활용한 알람콘텐트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공법으로 해외시장 공략알람서비스 앱이 히트를 칠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것이 알람몬의 인기를 견인했다. 김 대표는 중국ㆍ태국ㆍ대만 등에서 알람몬 다운로드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의미하는 청신호였다.
이를 바탕으로 알람몬은 올 초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김 대표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를 공략했다. 문제는 네트워크가 없는 것이었다.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공식 e-메일로 제안서 100여통을 보냈다. 보낼 때마다 '일주일 전에 보냈는데 또 보낸다'며 지속적으로 연락했다.
지극한 정성엔 하늘도 감동하는 법이다. 2개월 후 바이두로부터 답변이 왔다. 화상으로 미팅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올 3월 알람몬은 바이두에 서비스를 론칭했고, 출시 3일 만에 다운로드 3만건을 기록했다.
알람몬의 등장은 중국인에게 '즐거움'이었다. 디자인이 약한 중국시장에서 알람몬의 캐릭터와 디자인은 인기를 독차지 했다. 당시 알람몬을 지켜보는 중국업체가 많았는데 그중엔 중국 휴대전화 업체 '샤오미'도 있었다. 샤오미는 알람몬의 차기 서비스를 독점으로 선보이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김 대표는 "올 연말쯤 샤오미의 테마서비스에 알람몬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