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비공개 보고한 자료 가운데 '경찰국가' 논란의 소지가 큰 핵심 사안을 누락한 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 전망이다.
CBS노컷뉴스가 지난달 10일 단독보도한 '경찰 조직 활성화 방안'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일반적 수권조항'과 '경찰공무원임명제청위원회 설치' 등 민감한 내용을 임의 삭제한 것.
1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이찬열 의원 등에 따르면, 이 의원은 CBS 보도가 나간 다음날 곧바로 안행부에 해당 문건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안행부는 닷새 뒤 답변서를 통해 "해당 자료는 정부내 검토 및 논의 중에 있고 확정되지 않은 자료이므로 제출하기 곤란하다"고 거부했다.
결국 열흘 뒤 국회 안행위 소속 민주당 위원 전체가 공동자료 요구를 받고서야 정부는 해당 자료를 제출했다.
이 자료 가운데 △경찰 계급구조 조정 △경찰대 개편 △자치경찰제 도입 등의 내용은 일치했지만, 사실상 원본에서 '알맹이'는 누락된 반쪽짜리로 드러났다.
앞서 CBS노컷뉴스가 입수해 보도한 원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박동훈 행정자치비서관이 배석한 가운데 유정복 안행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보고받은 것이다.
보고서 원본에 포함된 ‘일반적 수권조항’은 경찰권 행사의 근거가 되는 개별적인 법률 규정이 없어도 일반적인 위험 방지를 위해 포괄적 내용을 규정하는 조항을 뜻한다.
또 ‘경찰공무원임명제청위원회’는 고위 간부인 경무관 이상의 승진 및 전보시 위원회 심사를 의무화해, 안행부장관의 임용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이 두 사안은 경찰력 행사의 여지를 넓혀 공권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찰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편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보도 당시부터 크게 논란이 된 부분이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의 '경찰국가' 논란을 의식한 듯,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는 이 내용들이 모두 누락됐다.
또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독립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세히 반영했던 원본과 달리, 모호하게 기술하거나 일부는 아예 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