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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소원' 설경구 "딸 출연 반대한 이레 부모님이 웃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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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관람가, 2일 개봉,

설경구(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2008년 ‘조두순사건’ 이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아동성폭력. 실제로 딸 가진 부모인 '소원'의 주연배우 설경구(45)는 아동성폭력을 소재로 한 이 영화의 출연을 제안 받고 "무슨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지 물어보기 위해" 이준익 감독을 만나러 나갔다.

하지만 이 감독을 만난 그날 "진득하게 고민하는 성격이 아니라" 바로 출연을 약속했는데, 그래놓고도 며칠 동안 "결정을 번복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피해자들의 아픈 상처를 들쳐내는 게 무척이나 어렵고 두렵게 느껴졌다.

"영화가 나오면 사회적 관심이 쏟아질 텐데 피해가족들이 혹시나 우리영화로 2차, 3차 고통을 받을지 걱정됐죠." 하지만 이 감독의 설득에 넘어갔다.

"상처를 숨기고 덮기만 하면 곪는다,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혀 우직하게 가야 한다,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씀했죠. 실제로 촬영 이후 한 피해자 아버지를 뵙는데 그분이 다른 피해자 가족을 찾아가 '숨지 마라, 떳떳하게 살아라'고 응원한대요."

소원은 평생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의 희생자인 9살 소원(이레)이네 가족들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 누구나 잔혹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영화로 다가온다.

극중 소원의 아버지 동훈을 연기한 설경구는 최근 노컷뉴스와 만나 "먼저 본 관객들이 응원하는 눈물이라고 호평했는데, 다른 관객들도 무겁게 들어왔다 가볍게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편견 없이 영화를 봐주길 바랐다. 2일 개봉.
 
-시나리오가 좋아서 합류했나, 이준익이라서 합류했나?

"민감한 소재의 영화라 이준익 감독이 아니었다면, 안했을 것 같다. 연륜도 있고 주위 평가도 좋더라. 촬영 전 준비단계를 지켜보면서 안심이 됐는데, 성폭행 등 자극적인 표현을 꼭 필요한 경우만 써더라. 인공항문이란 단어도 피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딱 한번 썼다. 사실 소원이를 연기한 이레 부모님이 딸의 출연을 망설였다. 감독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는데 시사회 이후 웃음을 보였다."
 
- 병원응급실에서 온몸이 멍들고 피투성이인 어린 딸을 봐야 하는 아버지다. 기존에 '그놈 목소리'나 '용서는 없다'에서도 자식을 잃는 아버지를 연기했으나 당시는 범인인 어른을 상대했다면 이번에는 정말 어린 딸을 연기한 8살 소녀와 호흡했다.

"최대한 연기가 아니고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했고 소원의 액션에 대한 리액션에 충실하려고 했다. 그리고 (아내를 연기한) 엄지원과 우리는 되도록 울지 말자고 했다. 부모가 애 앞에서 감정이 요동치면 애가 불안할 것 같았다. 응급실 신에서 아버지니까 최대한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했더니 너무 밋밋한 거 아니냐는 반응이 나와서 잠시 흔들렸으나 절제가 맞다고 봤다."
 
- 극중 소원 부모가 분노하고 오열하는 장면을 최대한 자제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덕분에 민감한 소재인데도 영화보기가 힘들지 않아서 내심 놀랐다.

"보는 관객들도 배우가 자꾸 울면 짜증나니까. 계산하기 싫어하는 배우인데 오히려 이번 영화는 계산했다. 내 감정을 관객에게 돌리려고 했다. 마지막 법정신에서는 이 감독이 터뜨리래. 그것도 찍고 제 생각대로 참는 것도 찍었는데, 제 걸 썼더라. 소원을 번쩍 안고 "집에 가자"며 나가는 행동은 애드리브였다. 나도 모르게 어수선해진 법정에서 빨리 애를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 극중 언론을 피해 딸을 안고 도망치던 중에 변주머니가 터져 더럽혀진 시트를 갈아주려다가 아이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있다. 이를 계기로 아버지는 딸과 대화하기 위해 딸이 좋아하는 캐릭터 코코몽 인형 탈을 쓴다.

"실제 피해아동들이 아버지를 거부한다더라. 그 때문에 힘들어하고. 코코몽은 좀 걱정됐다. 무슨 인형극처럼 보일까봐. 다행히 소원과 코코몽 탈을 쓴 아빠 동훈의 투샷이 예쁘더라."
 
설경구(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 소원을 연기한 이레와는 어땠나?

"처음 만난 날 저를 아빠라고 불렀다. 제가 출연한 영화 '타워'보고 집에 가는 내내 울었다고 이레 부모님이 말씀해주셨다. 우리가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었는데 이레가 소원처럼 처음에는 침체돼 있다가 점점 밝아졌다. 극초반 다친 분장을 해놓으면 이레가 연기하기 싫어했고 이레 어머님도 얼굴이 어두워졌다. 애가 진짜 상처받나 걱정도 됐는데, 분장이 옅어지면서 점점 밝고 시끄러워졌다. 시사회에서는 어른들은 다 울고 있는데 이레는 자기 얼굴나오는 게 신기한지 웃고 있더라."
 
- 극중 소원의 친구인 영석(김도엽)도 귀여워한 눈치다. 영석이 소원과 함께 등교하지 않아 소원이 다쳤다며 엉엉 우는 장면에서는 슬쩍 웃음도 짓는다.

"우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예쁘고 귀엽더라. 지가 뭘 알아. 그런데도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고, 나도 모르게 "사탕 하나 먹을래"라는 대사 톤이 힘차지더라. 도엽이가 그 장면 찍을 때 "감정 좀 잡고 오겠다"고 잠시 어디 갔다 오기도 했다.(웃음)"
 
- 현장분위기는 어땠나? 이준익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좋았다. 이 감독이 분위기 메이커더라. 때로는 원망도 하면서 '준익 잡는 경구'로 활약했다. 아니, 배우가 감정 잡건 말건 시끄럽게 떠들어서 항의했더니 "네가 날서있는데, 나까지 날서있으면 어떡하냐"고 하더라. 또 얼마나 빨리 찍는지 지난 10년간 43회 차로 모든 촬영이 끝난 첫 영화다.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면서 솔직히 "그만 찍어"라는 말을 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내가 "투샷 다음에 단독샷 안 찍어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한번은 촬영감독과 둘이서 이 감독 몰래 단독샷을 찍기도 했는데 편집본 봤더니 썼더라.(웃음)

- 송강호 등과 함께 충무로 톱 배우로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한동안 변신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작품을 선택하면서도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애썼다. 근데 자꾸 그러니까 연기가 시험처럼 느껴지고 연기에도 안 좋더라. 그래서 그냥 신경 끊고 맡은 캐릭터에 충실하자고 마음먹었다. 사실 '감시자들'에서도 강철중과 겹칠까 우려됐으나 그 신에 맞는다면 애써 피해가지 않았더니 오히려 별 얘기 안 나오더라. 처음에는 뭘 해도 신선하나 반복되면 설경구가 설경구지 어디 가겠냐. 한편으로는 감독들이 나의 다른 면을 좀 뽑아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설경구는 영화 '오아시스'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는 일로 줄넘기를 꼽았다. 매일 아침 촬영 2시간 전에 일어나 1시간 동안 줄넘기를 하고, 땀에 흠뻑 젖은 운동복을 '무궁화' 빨래비누로 직접 빤다고 했다. 이 때문에 카펫이 푹신하게 깔린 호텔을 숙소로 배정해주면 줄넘기하기가 불편해서 오히려 온돌인 모텔로 바꾼다.

줄넘기가 장수의 비결 같다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이제 습관이 됐다"며 “감시자들로 캐나다 토론토영화제 갔을 때도, ‘스파이’ 찍던 태국에서도 줄넘기를 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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