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소원' 치유향한 몸부림…가슴으로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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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이준익 감독 신작

소원 포스터

 

어느 비오는 날 등굣길에 우산을 씌어달라는 낯선 아저씨에게 끌려가 끔찍한 성폭력을 당한 9살 소원(이레).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기자들의 눈을 피해 딸을 1인실에 입원시킨 아버지 동훈(설경구)은 병원비가 수백만 원에 달하자 친구이자 직장 상사인 광식(김상호)에게 전화해 퇴직금얘기를 꺼낸다.

그러자 광식은 회사를 관두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사냐면 아내 몰래 부은 자신의 적금을 선뜻 내놓는다.

광식의 아내인 영석 엄마(라미란)도 친구 미희(엄지원)를 각별히 챙긴다. 임신 5개월의 몸에 딸의 사고로 충격을 받고 쓰러지자 음식을 해서 갖다주는가하면 소원의 퇴원에 맞춰 이들 가족의 집 청소며 빨래를 해놓는다.

알고 보면 미희와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소아정신과 전문의 정숙(김해숙)은 소원의 가족이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극복하고 본래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사려 깊게 그들의 마음을 돌본다.

소원의 반 친구들도 예외가 아니다. 퇴원해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학교가기를 꼽지만 '그 일' 때문에 창피하다고 걱정하는 소원과 정숙의 상담 장면이후 꼬마들은 친구의 쾌유를 빌며 직접 쓴 그림과 편지를 소원이네 문방구점에 붙여둔다.

나아가 평소 티격태격하던 영석(김도엽)은 사고 당일 소원과 함께 등교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동훈 앞에서 엉엉 울음을 터뜨린다.

설경구 엄지원이 주연한 '소원'은 아이 둔 부모라면 왠지 피하고 싶은 아동성폭력사건을 소재로 했으나 시선을 이렇게 피해자 가족과 그들 이웃으로 옮기면서 따뜻한 치유의 드라마로 완성됐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당하는 고통 때문에 영화보기가 힘겨울 것이라는 우려는 버려도 좋다. '가해자의 범죄보다 피해자의 내일'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면서 불필요하게 폭력적이거나 불편한 장면은 자제했다.

피해자 부모가 분노하거나 고통에 울부짖는 장면도 최소화했다. 대신에 아이의 일을 동네사람들이 알까봐 전전긍긍하는 장면과 세상 모든 아이가 내 딸처럼 당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나아가 가해자가 10년도 안 살고 나오면 식칼 들고 찾아간다고 내뱉는 장면 등으로 그들의 고통을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는 사고 이후 소원이네 가족이 겪는 일상과 마음의 다양한 풍경을 비추며 영화의 카피처럼 '가장 아픈 곳에서 피어난 가장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앞서 영화 '도가니'(2011)는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고발하면서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소원은 이제는 우리가 피해자의 상처로 눈을 돌릴 때라고 말한다. 혹시나 우리가 그들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봐 두 번 상처 입히지 않는지, 그들이 사건 이후 제대로 된 사회적 보호 장치로 마음을 치료받고 있는지 등에 관심을 기울일 때인 것이다.

사랑의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된다고 했던가. 이 영화는 사람에게 당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원이네 가족이 절망의 끝에서 희망의 빛줄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들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태도는 더없이 큰 힘이 된다. 비록 우리사회가 그렇게 온정만 베풀까 싶기도 하지만, 이는 그렇게 되길 바라는 제작진과 나아가 관객들의 '소원'이자 '소망'일 것이다.

아동이 성폭행당하는 무서운 사회에서도 극중 엄지원이 둘째를 낳는, 그 아이의 이름이 소망인 것처럼.

이 영화를 연출한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의 이준익 감독은 언론시사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들 가족의 소원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그건 바로 사고 이전의 일상을 되찾는 것이라고 봤는데, 탈무드에도 '잘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라는 경구가 있더라"고 말했다.

또한 "설경구가 '라디오스타'처럼 만들라고 해서 처음에는 소재가 다른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냐고 했으나 그게 답이겠다고 생각했고 라디오스타처럼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울면서도 미소를 머금는 영화로 만들려고 애썼다"고 덧붙였다. 12세 관람가, 122분 상영, 10월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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