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투구 만큼 화끈한 타격감을 뽐내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게티이미지 제공)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류현진(26, LA 다저스)에게 가장 낯선 것은 역시 방망이였다. 동산고 시절 4번 타자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는 7년 동안 방망이를 방망이를 잡지 않았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 뛴 덕분에 투구 못지 않게 방망이 실력도 관심을 모았다.
초반에는 고전했다. 첫 두 경기에서는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데뷔전이었던 4월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는 3루 땅볼을 친 뒤 느슨한 주루 플레이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좌투우타 류현진의 타격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30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 마지막 경기에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서 타율 2할7리로 시즌을 마감했다. 타점도 5개나 있었고, 2루타 3개, 3루타 1개를 때렸다. 희생 번트도 6개나 성공시켰다. 특히 64차례 타석에서 총 230개의 공을 봤다. 타석 당 3.59개를 던지게 하며 방망이를 쉽게 내지 않은 셈이다.
▲4월14일 애리조나전 3안타 맹타데뷔 세 번째 경기. 드디어 류현진의 안타가 터졌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선발은 2011년 21승, 지난해 15승을 거둔 정상급 투수 이안 케네디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3회 2루타를 친 뒤 5회와 6회 각각 중전 안타와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자존심 때문에 직구 승부를 펼쳤던 케네디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케네디도 경기 후 "상대 투수가 3안타를 때렸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자책했을 정도로 류현진의 타격이 빛났다.
▲6월13일 애리조나전 뒤뚱뒤뚱 3루타
홈런은 없었지만 홈런보다 어렵다는 3루타도 쳤다.
6월13일 애리조나전. 상대는 무패행진을 하던 패트릭 코빈이었다. 류현진은 5회 2사 2루에서 코빈에게 3루타를 뽑아냈다. 몸을 날린 우익수 헤라르도 파라의 뒤로 공이 빠졌고, 류현진은 육중한 몸을 이끌고 뒤뚱뒤뚱 3루까지 내달렸다. 잘 나가던 코빈이 류현진의 3루타 한 방에 쓰러졌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류현진은 환상적인 육상 선수"라고 표현할 정도로 명장면이었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 투수가 타석에 서면 쉽게 말해 쉬어가는 타이밍이다. 대신 투수에게 한 방을 얻어맞게 되면 그 충격은 배가 된다. 8년 만에 방망이를 잡고도, 타격에서도 빛난 류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