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일 외교장관이 미국 뉴욕에서 만났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만 재차 확인했다. 한일 경색 관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도 정상회담 등 양국 간 외교협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를 계기로 뉴욕 맨해튼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나 약 50분간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북한 문제를 포함해 현안을 논의했다.
윤병세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번영과 발전을 이루기 위해 일본 정부가 과거문제를 치유하려는 용기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브루나이에서 가진 양자회담에서 한국 측의 지적을 '듣기만' 했던 기시다 외무상은 이같은 윤 장관의 발언에 일종의 반격을 했다. 태도가 오히려 더 강경해진 셈이다.
기시다 외무상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의 패소가 확정될 경우 양국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면서,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 사죄 등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주장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같은 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이 분쟁지역에서의 여성 상대 폭력을 막는데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는데, 법적인 책임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이 연설에서 '이미 끝난 일'이라고 여기는 위안부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기시다 외무상은 여기에 한국 측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의 조기 해제를 촉구했다.
양국 사이를 어색하게 만드는 이슈와는 별개로 기시다 외무상은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일본은 하계올림픽을 각각 성공적으로 치르기를 희망한다"고 했는데, 이 발언이 거의 유일한 덕담이 됐다.
이번 장관회담을 계기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 등 다자무대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한국이 위안부 문제 등 역사문제를 거론하면 일본이 '법적으로 해결된 일'이라고 맞서고, 심지어 수산물 금수조치를 해제하라는 요구를 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