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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에너지 정책 급변 중, 우리나라의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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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논란에도 여전히 상당수 국가 원전 확대 정책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했던 2013년 여름이 지나갔다. 최장 기간 열대야와 폭염은 전력부족사태와 겹치며 국민들을 힘겹게 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온갖 가전제품을 갖추고 사는 물질풍요의 시대에서 올 여름 전기부족 사태는 그동안 우리가 모르거나 외면했던 국가 에너지 정책에 관심을 갖게 했다. 매년 반복되는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과 함께 외국의 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원전 발전 정지로 촉발된 우리나라 전력난, 일본은?

지난 5월말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으로 신월성1호기를 비롯한 원전 3기가 발전을 정지했다. 냉방을 위한 전력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여름을 앞둔 시점이어서 전력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게다가 최악의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국민 모두가 전력난을 겪으며 ‘전기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50기의 원전 가동을 정지했던 일본과는 대비된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원전 50기의 가동을 중지하기로 결정하고 원자력 발전량을 가스와 석유 발전으로 대체했다. 이로 인해 일본의 2012년 석유소비량은 2010년과 비교해 218.9% 증가했고 가스소비량은 39.4% 늘어났다. 화석연료 수입증가로 일본은 31년 만에 무역적자국이 됐다.

그렇지만 일본 국민은 올 여름 우리나라와 같은 전력난을 겪지 않았다.

일본의 원전 발전 비율은 전체 발전량 중 30%에 불과한 반면 전력설비예비율은 28.3%에 달해 원전을 다 정지해도 전기소비를 조금만 줄이면 전력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전력예비율이 6.7%에 불과한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예비율을 갖춘 독일의 82.6%와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매년 반복되는 전력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소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환경운동가들 '탈핵' 요구, 반론 거세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탈핵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 원전은 안전하지 않고 세계의 에너지정책은 탈핵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도 원자력 비중을 줄이고 탈핵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30개 국가 중 장기적으로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국가는 원전 비중이 낮은 독일과 스위스 등 일부국가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원전 9기)은 2022년까지, 스위스(원전 5기)는 2034년까지 원전 문을 닫겠다고 선언했지만 대부분의 원전 운영 국가들은 원전 비중을 조절하며 원전 정책을 유지 또는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원전을 새로 건설해 원전 운영국에 편입하려는 국가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학자들은 "세계 에너지정책은 '탈원전이 아니라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원전, 지구온난화 방지에 큰 역할

원전은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에너지는 인류가 눈부신 산업화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부산물로 지구온난화를 촉진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권에 쌓아놓았다.

보령 화력발전소 전경. 화력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보다 100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세계 각국의 기저전력원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석탄의 경우 이산화탄소 발생은 원자력의 100배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다.

UN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안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 수준까지 줄이기로 하고 중기 감축목표의 해인 2020년에 맞춰 탄소절감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EU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20%, 일본은 25% 감축하겠다고 약속했고 우리나라도 30%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2012년 청정에너지기준법(Clean Energy Standard Act of 2012)을 제정해 2035년까지 청정에너지원 발전 비중을 8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미국은 청정에너지를 늘리기 위해 육상과 해상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신규원전 건설도 허가했다.

◈ 미국 34년 만에 원전 건설 허가, 시사점은?

미국의 신규 원전 건설은 청정에너지 정책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TMI) 원전사고(노심용융 사고였지만 외부 방사능 유출은 없었음) 이후 원전 추가건설을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2년 2월 34년 만에 처음으로 미 조지아주 보글(Vogtle) 원전 3,4호기 건설을 허가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원전 건설이 선택이 아닌 당위가 돼야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사우스캐롤라이나 리(Lee)원전 2기를 비롯한 14기의 원전에 대한 인허가가 신청되는 등 미국은 원전 건설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다.

영국도 ‘저탄소 경제 정책’과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중점을 두고 원자력 역할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노후된 화력발전소 폐쇄에 대비해 2030년까지 16GW 규모의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19%인 영국의 원자력비중은 오는 2030년에는 4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도 현재 원전 11기를(9.3GW) 추가로 건설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원전비중을 현재의 10%에서 25%로 확대할 계획이고, 중국은 28기(용량 27.8GW)의 원전을 건설하는 등 원전 확대에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다.

◈ 자원 부국 중동국가까지 원전 가동국 편입 시도

‘석유’라는 강력한 에너지원을 갖고 있는 중동지역 국가들도 원전 국가로 새로 진입하거나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장 먼저 원전 건설을 승인한 국가로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을 수주해 오는 2020년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인 바라카 원전 1~4기를 준공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건설하고 있는 UAE바라카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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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16기의 원자로와 관련 전력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며, 이란은 지난 2월 신규원전 후보지 1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터키는 아쿠유 지역에 1호 원전을 건설중이며 시놉 지역에 2호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의 베트남도 최근 박근혜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에서 양국의 원전 건설 협력을 논의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원전 정책에 적극적이다.

또 방글라데시, 요르단, 이집트 등에서도 원전 건설이 추진되고 있거나, 사업자 선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13개국 68기에 달하고, 건설계획은 26개국 162기에 이른다.

◈ 독일, 원전 폐쇄 놓고 내부 반발

원전을 확대하려는 국가들과 달리 원전 폐쇄를 선언한 독일은 강력한 내부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블룸버그 마켓 매거진은 독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인근 프랑스나 네덜란드에 비해 40% 가량 비싸다며 이는 독일의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당과 산업계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지난 9월 1일 실시된 TV토론에서 독일 사회민주당 대표 페어 쉬타인브뤼크(Peer Steinbrueck)는 “메르켈 총리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은 한마디로 실패작”이라고 비난하며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독일 소비자와 산업전반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 체제 개편이 주요 정치쟁점이 되고 있고, 해외에 공장을 새로 짓겠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에른주 마르틴 자일(Martin Zeil) 경제장관은 ‘원전 대체설비 부족으로 인한 전력수급 차질’을 주장했다.

◈ 한국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한국 에너지 정책의 큰 줄기는 세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상승과 화석에너지 비중 감소에 있었다.

신재생에너지는 꾸준히 기술력과 경제성을 높이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단가(39.6원)에 비해 풍력 160.8원, 태양광 400원 내외로 4배~10배 정도 비싸다. 특히 바람이 불거나 햇빛이 있어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한계 때문에 국가 전력수급계획으로 적극 반영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독일 펠트하임 태양광 발전소. 날씨가 나빠 발전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전기 생산의 연료가 되는 1차 에너지의 96.5%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유연탄이나 LNG는 15~20일치 밖에 비축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기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원자력의 경우 18개월분의 농축우라늄을 저장할 수 있고 장전된 연료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3년 가량은 발전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전력수급 비상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추가 건설을 통한 전력공급력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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