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실시된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이날 밤 새누리당 당사 종합상황실을 찾아 캠프관계자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황진환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원칙과 신뢰의 대통령'이라는 말들이다.
박 대통령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야당관계나 대북관계에서도 원칙과 신뢰를 내세워 돌파해 나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당시 정책 공약집 제목도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였을 정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그 것도 대선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줬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됨으로써 거센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약속을 지키지 못함을 인정하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그동안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강변하다 취임 8개월이 접어드는 시점에서야 약속이행이 힘들다는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오는 26일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기초연금 문제와 4대 중증질환의 국고지원 및 정부지원에 대한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직접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 공약을 100% 이행하기 힘들게 됐다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4대중증질환도 국가가 전액 보장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 것도 수정이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동안 공약이행 의지를 밝히다가 수정을 하게 된 만큼 국민들에게 정중하게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를 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하게 될 경우 지난 5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직후 국민들과 재외동포들에게 사과한 데 이어 두번째 기록될 전망이다.
다만, 명시적인 표현으로 기초연금이나 4대중증질환 공약 포기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식의 발언으로 공약이행 의지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어떻든 이날 발언은 공약 불이행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현정부가 지키지 못할 공약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금과옥조로 여기다시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됨으로써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원칙과 신뢰의 대통령' 이미지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