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나이보다 많은 '포니'를 타고 700㎞를 달렸다. 어른들은 추억을, 젊은이들은 '오래된 차'만의 매력을 느꼈다. 고생도 많았지만 보람이 더 컸다. 우리나라 '올드 카(Old Car)'도 멋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무작정 떠났다는 두 청년. 신진석(28), 하태현(28) 씨를 만나 그들의 '무모한 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여행 과정에서 알게 된 친구(왼쪽)와 함께.
"야, 재밌겠다. 우리도 이거 한 번 해보자."
진석 씨는 친구 태현 씨에게 건넨 이 말이 이토록 커질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다. 어학연수 시절 영국에서 본 '올드 카 페스티벌'이 발단이었다. 길게는 40~50년이 지나도 도로 위를 달리는 위풍당당한 자동차들과 여러 세대가 어우러지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참여를 해요. 젊은 친구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차'를 통해 어우러지는 게 되게 보기 좋더라고요."
하지만 몇 년만 지나도 '고물차' 취급받는 우리나라에서는 올드 카의 의미조차 희미했다. 그나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것이 우리나라 첫 고유모델로 꼽히는 '포니'. 이들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포니를 다시 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포니와 함께하는 여행. 하지만 그 과정은 '포니 모시기'였다. 한 시간 운전하면 한 시간은 무조건 쉬어줘야 되는데다 에어컨은 무용지물. 여름날 폭염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했다. 오래된 와이퍼는 제 역할을 못했고, 시동은 자주 꺼졌다.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포니가 연결해준 '사람들' 때문.
"부산에서 만난 한 가족은 시아버지 첫 차가 포니였대요. 남편의 어린 시절 시아버지와 포니 앞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잃어버려서 너무 안타까워하셨대요. 며느리 분을 통해 두 분을 만나 포니 앞에서 다시 사진을 찍어드렸어요. 정말 뿌듯했죠."
포니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휴게소에서도, 도로위에서도 늘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다녔다. "저 고물차는 뭐야?"가 아닌 "와, 멋있다"는 눈빛에 짜릿함을 느꼈다고 했다.
"저희는 생각보다 큰 호응에 신이 났는데 오히려 그분들은 저희에게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포니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아, 추억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나가는데 '와, 포니다!' 이렇게 환호성을 질러주시는 분들도 있으셨어요. 정말 뜻밖이었어요."
그렇게 6박 7일, 700㎞를 꼬박 달렸다. '포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긴 어린 나이.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두 청년도 배운 것이 많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둘 다 부모님의 앨범을 찾아봤어요. 아버지, 어머니가 저희 나이일 때 모습을 봤는데... 다른 듯하면서도 뭔가 공감되고 애틋함? 그런 느낌이 되게 좋더라고요."
두 청년은 어느새 '소통'을 말하고 있었다.
이들의 꿈은 '올드 카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의 추억 속에 살아있는 또 다른 자동차를 타고, 이번 겨울에도 달리는 것이 꿈이다.
"우리는 오래된 차를 보면 '아, 저 사람 돈이 없나보다'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오래된 차에 깃든 손길과 추억 때문에 못 탈 때까지 타겠다는 분들도 의외로 많아요. 여러 세대가 '오래된 차'를 공유하는 외국처럼, '오래된 차'에 대한 생각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