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관상' 송강호, "소재의 새로움보다 관점의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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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진보영화보다 드라마가 와닿는 이야기가 좋아"

송강호(영화사 제공)

 

과거 송강호는 살이 좀 오른 동그란 얼굴에 익살스러움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이름만 떠올려도 왠지 미소가 나면서 친근함이 느껴졌다.

몇 년 만에 본 송강호의 얼굴은 과거와 달리 좀 더 선명하고 잘 정돈된 느낌을 줬다. 쭉 뻗은 눈썹선과 구릿빛의 피부, 뚜렷해진 얼굴선에 중년의 뱃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기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그에게서 중년의 섹시함이 슬쩍 묻어났다.

섹시해졌다는 말에 송강호는 최근 노컷뉴스와 만나 "그냥 평범하게 살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헬스클럽 드나들면서 관리하지 않는다"며 "다만 술 마시는 횟수가 줄어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설국열차'를 찍으면서 금주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 그는 "요즘은 1주일에 한번 마신다"며 "나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마실 수는 없지 않느냐"며 껄껄 웃었다.

신작 '관상'에 대해서는 설국열차만큼 애정을 보이면서 "관상 또한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어서 현실과 비교해 분석이 많이 나올 것 같다"면서 "이야깃거리가 있는 작품이 된 것 같아서, 설국열차 때처럼 관객들이 '내가 보고 판단하겠다' 그런 현상이 벌어질 것"을 기대했다.

관상(한재림 감독)은 천재 관상가를 주인공으로 실제 역사적 사건인 계유정난을 중심사건으로 다룬 팩션 사극. 송강호는 이 영화에서 뛰어난 관상가 내경을 연기했다.
 
- 관상을 선택한 이유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면 계유정난(1453년)이 발발한 바로 그때로 가보고 싶었다. 권력이란 게 도대체 어떻게 작용했기에 어린 조카를 죽여야 했나, 너무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사건이라서 한번 구경해보고 싶었다. 사극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나 대학에 다시 가면 사학을 공부하고 싶다."
 
- 박찬욱 봉준호 등 몇몇 감독과는 반복해 작업하는데 한재림도 그중 한명이다.

"한재림은 이제 겨우 세편의 장편을 선보였으나 자기가 갖고 있는 예술세계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 가장 일차원적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현실과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의 기본을 잘 아는 감독 같다."
 
- 관상을 믿나?

"우리 인생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나 늘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흥미로운 소재가 아닌가. 직업세계를 심층적으로 다룬 영화는 아니라서 딱히 관상가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통해서 역사를 한번쯤 재미나게 본다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 영화가 초반에는 재밌다가 후반부에 무거워지면서 지루하다는 반응도 있다.

"지루하다는 표현보다 이야기가 길다? 관객의 성향에 따라 긴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아주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고 봤다. 사골을 끓인다고 봤을 때 시간에 따라 진한 맛이 다를 텐데, 가장 원하는 농도의 사골 국물을 내기 위해 가장 적절한 시간이 아닌가. 평소 두 시간 안팎의 영화를 보다보니 한 15분 추가된 게 힘들 수 있겠으나 그 15분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관상의 상영시간은 2시간19분이다.
 
- 영화 '도둑들'이후 가장 화려한 멀티캐스팅 영화로 등장인물이 다양한데, 송강호가 이번에는 다른 캐릭터를 받쳐준다는 느낌이다.

"받쳐준다기보다 내경이란 인물은 어떤 이야기가 시작돼서 어떻게 끝나야 한다는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처남 팽헌을 연기한 조정석과는 초반 드라마를 끌어가는 유머러스함을 같이 만들어갔다고 봤다. 또 수양대군(이정재)이나 김종서(백윤식) 대감이 나올 때는 내경이 이 인물들이 가장 입체적인 모습으로 드라마 속으로 흡수시키는 통로가 돼야했다. 이 캐릭터들이 드라마로 들어오는 게 약하면 영화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
 
송강호(영화사 제공)

 

- 조정석과의 코믹 호흡이 눈부시다. 근래 가장 두드러진 콤비가 아닌가.

"(조정석이) 무대경험도 있는데다 성실하고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금방 따라오더라. 내경이 김종서 대감을 만난 이후 팽헌이 뭐라고 합디까 묻고, 귀한 임무를 맡았다고 하면서 길거리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장면은 둘의 애드리드였다. 최고의 장면이 나왔는데 마침 카메라가 안돌아가서 그 장면이 최종 컷이 못된 게 참으로 애통하다."
 
- 설국열차 전에 선보인 '푸른소금'(2011)이나 '하울링'(2012)의 흥행 성적이 부진하면서 송강호 위기론이 대두됐었다.

"배우란 직업이 우리의 삶과 같지 않나.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시련도 닥치고. 영화가 관객들과 많이 소통을 못하면 기분이 울적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가 한 배우의 삶의 기준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설국열차나 관상이 어떤 평가를 받는다 해도 큰 기준으로는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 올해 한국영화 흥행 성적이 좋은데,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계의 보이지 않는, 끊임없는 노력덕분인 것 같다. 10년 전과 비교해 확실히 살벌한 느낌이 감돌 정도로 배우나 감독 스태프의 눈빛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흐리멍덩했다는 의미는 아니고(웃음), 냉혹하게 경쟁력을 가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장의 분위기로 인해 영화의 완성도나 관객들에게 마음을 얻기 위한 도전 정신이 옛날보다 확실히 더 날카로워지고 열정적으로 바뀐 거 같다. 건강한 스트레스다."
 
- 촬영하면서 느끼는 변화를 예로 든다면?

"우선 분량의 소화가 다르다. 예전에는 오늘 못 찍으면 내일찍자고 했다면 요즘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오늘 분량을 다 소화한다. 그러다보니 스탠바이해서 그날 일이 끝날 때까지 정신이 없다. 숨이 가픈 측면이 있다."
 
- 올해 설국열차와 관상, 12월에 '변호인' 개봉을 앞뒀는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 소재의 새로움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영화. 주변서 흔히 보는 인물이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는지가 중요한 거 같다. 기술이 진화하는 느낌의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를 선호한다."
 
- 세 캐릭터 모두 극적인 일을 겪는데 비교한다면.

"설국열차가 혁명에 성공한 사람이라면 관상은 장렬한 패배를 맛보는 캐릭터고, 변호인은 혁명보다는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캐릭터다."
 
- 할리우드로 진출할 계획은?

"할리우드는, 이병헌에게 양보하겠다."(웃음)
 
-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은

"매 작품 최선을 다한다는 전형적인 표현이 싫으나 딱히 다른 표현이 없네. 절박하게 작품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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