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를 이끄는 두 신인 영웅' 류현진(오른쪽)과 야시엘 푸이그가 LA 다저스의 9월 공식 매거진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했다.(LA=임종률 기자)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괴물' 류현진(26, LA 다저스). 13승5패 평균자책점(ERA) 3.02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내셔널리그(NL) 다승 8위, ERA 11다. 15개 구단 5명 선발진을 감안하면 거의 웬만한 팀의 1, 2선발급의 활약이다.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14승8패), 잭 그레인키(14승3패) 등 두 사이영상 1, 2선발에 버금가는 3선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같은 류현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올 시즌 류현진과 호흡을 맞추며 꾸준히 지켜봐온 주전 포수 A.J. 엘리스의 평가를 주목해볼 만하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엘리스는 다저스가 발간한 9월 구단 매거진에 실린 '신인 특집 커버스토리'에서 자신의 시각으로 본 류현진의 성공 비결을 밝혔다.
무엇보다 류현진의 인성(人性)을 첫 손에 꼽았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속에서도 투철한 프로 정신이 빅리그 정복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엘리스는 "류현진은 정말 클럽하우스에서 편안하게 지낸다"면서 "항상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고 더그아웃 벤치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무척 잘 어울린다. 정말 좋은 성격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사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고 문화도 낯선 상황에서 동료들과 친숙하게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원조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은퇴)도 지난 1994년 빅리그 데뷔 후 한동안 동료들과 지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른바 따돌림에 대한 고충도 털어놓았을 정도다.
하지만 류현진은 특유의 활달한 성격으로 언어의 장벽을 넘었다. 물론 박찬호와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김선우 등 앞선 선배들이 먼저 한국인 빅리거의 위상을 높인 덕분에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는 류현진만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류현진은 애드리언 곤잘레스 등 동료들을 한국 식당으로 데려가 함께 식사를 나누는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클럽하우스에서 절친 후안 우리베, 켄리 잰슨 등과 클럽하우스에서 도미노 등 테이블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류현진은 항상 웃는 모습"이라면서 "박찬호나 왕첸밍, 마쓰이 히데키 등 내가 경험했던 아시아 선수와는 조금 다른 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매팅리 감독은 뉴욕 양키스와 다저스 코치 시절 아시아 선수들과 지낸 경험이 있다.
▲"자기 관리를 누구보다 잘 한다"
'내 몸은 내가 관리한다고요!' LA 다저스 류현진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올 시즌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신시내티와 3연전 동안 경기 전 몸을 푸는 모습.(자료사진=임종률 기자)
류현진의 프로 의식도 엘리스가 꼽은 성공 요인이다. 한국 무대 7년 동안 쌓은 자기 관리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엘리스는 "류현진은 오랫동안 야구를 해왔다"면서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고 선발 등판에대한 준비를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의 노동관과 운동 습관, 경기 준비는 빅리그에 걸맞은 프로"라면서 "이는 경기장에서 그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실 류현진은 시즌 전 흡연과 '저질 체력' 논란이 불거졌다. 러닝 훈련에서 저조한 성적을 낸 게 흡연 때문이 아니냐는 현지 언론의 지적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용되는 등판을 앞둔 선발 투수의 불펜 투구를 소화하지 않는 데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실력으로 이를 잠재웠다. 후반기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며 체력 논란도 불식시키고 있다. 전반기 7승3패 ERA 3.09을 찍은 류현진은 후반기 6승2패 ERA 2.86을 기록 중이다.
▲"전혀 흔들리는 경우가 없다"류현진의 강인한 정신력도 원동력이다. 엘리스는 "류현진은 압도당하거나 압박을 받는 경우가 없다"면서 "그는 경기에서 완벽하게 감정을 제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26번 등판에서 6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은 5번뿐이다. 5이닝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것은 단 한번도 없다. 올해 두 번 1경기 5실점했지만 5이닝을 넘겼을 정도로 대량 실점하는 경우도 드물다.
올해 1경기에서 두 자릿수 안타를 맞은 적이 두 번 있었지만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상 투구로 막아냈다. 어지간하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올 시즌 다저스의 복덩이로 인정받고 있는 류현진. 남은 경기와 포스트시즌에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