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일본의 국유화 조치로 격화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갈등에 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대응은 이중적이다. 뇌관이 터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동시에 이 문제를 전후체제 탈피를 향한 안보 현안의 추진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갈등은 분명 아베 정권에게도 심각한 고민거리다. 9일 발표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80% 이상이 중·일 관계 악화가 문제라는 인식을 하고 있고, 중국 내부에 만연한 반일 정서 속에 일본의 대 중국 수출은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8% 줄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6월 아베 총리는 외교책사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내각관방참여를 중국에 보내 물밑 협의를 진행토록 하고, 스스로 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거듭 촉구하는 등 센카쿠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영토 주권이 걸린 센카쿠 문제에서 양보를 해가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생각은 현재의 아베 총리에게 없는 듯 보인다. 센카쿠 관련 무력 충돌을 피하며 상황을 관리하는 쪽에 대중 외교의 현실적 목표가 설정된 것으로 비친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시절 센카쿠 국유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작년 12월 집권한 아베 총리에게 어찌보면 센카쿠 갈등은 스스로 만든 일이 아니라 '주어진' 일이다. 그 때문인지 중·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추궁하는 여론의 화살이 아직 본격적으로 아베 정권을 향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 1년 전 센카쿠 국유화를 '평가한다'는 응답(56%)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답(24%)을 압도했다. 아베 내각이 중국과의 센카쿠 관련 물밑 교섭에서 중국의 '영유권 분쟁 인정' 요구 앞에 쉽사리 양보하지 않는 것도 아직은 중국에 양보를 해서라도 관계를 개선하라는 쪽 보다는 영토문제에서 분명한 주장을 하기를 기대하는 여론이 강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센카쿠 문제를 오히려 활용하는 모양새다.
아베 정권의 주요 인사들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위력 증강 등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으로 '안보 환경 변화'를 꼽으며 센카쿠 문제를 중심으로 한 '중국 위협론'을 거론하고 있다. 또 지난 7월 발간된 일본의 방위백서는 중국의 도발적 행동에 의한 비상사태의 발발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등 중국의 위협에 대한 내용을 전년도에 비해 대폭 강화했다.
또 지난달 말 공개된 내년도 방위예산 요구안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센카쿠가 점령당했을 경우 탈환 작전을 수행할 해병대 성격의 수륙양용 예비부대를 새롭게 편성하기로 했다. 더불어 수륙양용 기능 강화를 위한 훈련기반 정비, 함정의 수륙양용 역량 향상, 해병대의 상륙작전용 수륙양용차 AAV7 2량 구입 등에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상륙작전을 수행하는 해병대는 일본 평화헌법의 전수(專守) 방위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예민한 문제이지만 중국 위협론이 일본사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터라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센카쿠를 둘러싼 아베 정권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작년 12월 중의원 선거,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잇달아 압승을 거둔데다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아베 주가'는 상종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대 중국 무역불균형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도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로 일본경제는 완연한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순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아베 총리가 굳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센카쿠 문제와 관련해 급하게 양보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것이다.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임재환 부교수는 "중국의 군사적 대두에 대해 미일동맹 강화와 자체 방위력 강화를 통해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일본의 정책은 아베 정권 이전부터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방침에 대한 일본 내부의 지지기반도 견고한 만큼 당분간은 노선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중국과 계속 갈등하는 상황은 아베노믹스의 성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아베 총리가 일정한 시점에 센카쿠 문제와 관련한 본격적인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세종연구소의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당장은 아베 정권이 중국에 대해 강경하게 나가고 있지만 중국과 적절한 선에서 타협책을 찾고 싶은 생각일 것"며 "중일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문제가 외교문제로 연결됨으로써 어느 순간에 센카쿠 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