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오염수가 원전 주변 항만 안에서 완전 차단되고 있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확언'에도 오염수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위해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때 "오염의 영향은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부의 0.3㎢ 범위 안에서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지도자의 확신에 찬 이 발언이 개최지 투표권을 가진 IOC위원들을 안심시킨 것이 도쿄의 올림픽 유치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일본 언론은 보고 있지만 사실에 부합하느냐를 두고서는 일본 내부에서도 반론이 적지 않다.
현재 일본 정부는 원전 단지로의 지하수 유입을 통해 형성된 하루 300t의 오염수가 바다로 새어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항만 안팎을 차단하는 설비가 있더라도 하루 300t씩 흘러나오는 오염수가 항만 밖으로 전혀 나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지상의 오염수 저장탱크에서 유출된 수백t의 오염수는 저장탱크와 배수 설비 등의 위치상 후쿠시마 원전 전용 항만 바깥의 바다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교도통신은 부연했다.
통신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수습작업을 진행중인 한 30대 근로자는 "(총리가) 그런 말을 해도 괜찮은가"라며 의구심을 드러냈고 오염수 저장탱크 설치 작업에 관여하는 한 근로자는 "후쿠시마 원전 폐로까지 수십년이 걸린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에 "위화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교토(京都)대 원자로실험소의 고이데 히로아키 조교(원자핵공학 전공)도 "총리가 무엇을 근거로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질려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유출된 탱크 인근에 판 우물의 지하수에서 ℓ당 3천200 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지상 탱크의 오염수 누수가 문제된 후 도쿄 전력이 언급한 방사성 물질 농도 중 가장 높다.
며칠 전에는 근처의 다른 우물 지하수에서 ℓ당 650 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지하수가 이미 광범위하게 오염됐고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따라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오염수에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올해 가을 2차 조사단을 일본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IAEA 사무총장은 "오염수 문제는 원전 사고의 영향이 아직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을 사실상 일축했다.
그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고 중기·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