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연세대 교수 50여 명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본부가 '백양로 재창조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재고하라"고 요구했다.(사진 = 이대희 기자)
연세대 교수들이 신촌캠퍼스의 상징인 백양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세대 교수 50여 명 등 100여 명은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본부가 '백양로 재창조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나무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한 기자회견은 모두 5개 분야에 대해 관련 학과 교수들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공과대학 양현석 교수는 "공사로 77%가량의 공간이 주차장 관련 시설로 사용되지만 앞으로 변경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백양로 재창조 사업은 생태적 공간으로 가치가 높은 공간의 77%가량을 주차장 관련 시설로 묶어두는 공사"라고 평가했다.
서길수 경영대 교수는 경영적 측면에서 "대학본부 측은 사업 예산 대부분이 모금으로 이뤄져 대학 재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면서 "결국 모금은 일종의 풍선효과를 지녀 장학금이나 연구 용도로 들어올 기부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독어독문학과 김용민 교수는 백양로 재창조 사업을 반생태적 사업으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차 없는 백양로라는 말은 결국 땅위로 다니던 차들을 땅아래로 다니게 하는 것"이라면서 "수십 년 된 아름드리나무를 모두 뽑아내고 콘크리트 바닥 위에 장식적 묘목과 볼거리로 채우려 한다"고 비난했다.
조한혜정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번 사업은 모든 연세인들의 기억과 자부심을 짓밟는 행위"라면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관계의 기억과 문화적 가치를 부족한 주차 공간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영문학과 교수는 "사업 전 충분한 논의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대학본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구성원 대다수는 '차 없는 백양로'에 동의했을 뿐이지 백양로의 주차장화를 승인한 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왜 현 총장 임기 안에 완성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마치 이명박 정부가 졸속 시행했던 4대강 사업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화공생명공학과 이태규 교수는 정책실명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업 추진에 누가 참여했는지 후대에 알 수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보직교수와 교무의원 등의 이름을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연세 캠퍼스를 사랑하는 교수들의 모임'에는 의대 교수들을 제외한 신촌캠퍼스 교수 900여명 가운데 230여 명이 참여했다.
앞서 연세대학교 측은 '제3의 창학'이라는 기조 아래 900여 억원을 들여 학교 중심로인 백양로에 지상 1층, 지하 4층에 연면적 6만 4000여㎡ 규모의 공간을 만들어 지하에 차량 통행로를 만들고 지상에는 친환경 녹지와 광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공사는 지난 8월 착공돼 교내는 공사장 소음 등으로 어수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