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 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국가정보원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회체포동의 요구서는 오늘 쯤 국회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힘을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꾸준히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와는 별개로 국정원의 개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국정원의 수사속보에 비중을 두다보니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개혁 왜 멈출 수 없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수사와 국정원 개혁이 상관관계가 있나?
박근혜 대통령과 남재준 국정원장(자료사진)
=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선 국가정보원이 정치의 전면에 나섰다. 지난 6월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던 때처럼 국정원이 정치. 사회적 이슈를 이끌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33년 만에 '내란음모'라는 메가톤급 폭탄을 투하하면서 사회의 모든 이슈를 한꺼번에 집어 삼키는 블랙홀의 영향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심지어 국정원의 정치개입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도 영향을 받고 있다.
2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는 3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10차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2만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4천명)이 참가했는데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주(23일) 금요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와 비교하면 참가자가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 경찰추산 5천명) 줄어들었다.
언론매체들은 연일 국정원이 흘리는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간부들에 대한 수사속보에 매달리면서 국정원 개혁과 관련된 보도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혹시, 국정원이 '국정원 개혁'을 물 타기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하고 있는 거냐?=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 국정원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국정원의 수사를 지켜볼 때라고 답변하는 게 정답일 것이다.
그렇지만 국정원이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았는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할지라도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낮아지고 뒷전으로 밀린 건 사실이다.
지난 28일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한 이후 모든 이슈는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로 집중되었다.
정기국회가 개원하는 오늘(2일) 아침 신문이나 주요 방송사들의 보도를 보더라도 국정원의 수사속보나 이석기 의원의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문제 등이 주요 뉴스로 취급되고 있다.
문제는 이석기 의원 등에 수사를 국가정보원이 주도하고 있는데 공식적인 브리핑은 없고 관계자라는 이름으로만 정보가 흘러 다니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국정원이 진보당 관계자 3명을 구속했고 추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사실로 드러난다.
'녹취록' 공개만 해도 그렇다. '녹취록'은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증거물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이 녹취록이 언론사에서 전문을 공개하고 다른 언론사가 이를 받아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정 언론사가 단독으로 공개한 것을 다른 신문사들이 자신들의 단독입수인 것처럼 보도해 논란이 일기도 한다.
그런데 이석기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시간에 이미 '녹취록'의 내용이 여러 언론사에 공개됐다. 일부 석간신문의 보도에서 녹취록의 내용이 나온다.
이 녹취록이 어떻게 공개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흘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국정원이 아직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도 않았고 국정원의 수사파트는 언론에서 접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녹취록을 의도적으로 흘린 게 맞는다면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국정원 개혁을 물 타기 하기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언론사가 취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취재를 통해서 알 수도 있지만 언론의 국정원 취재에는 한계가 있다. 국정원 직원 중 공식적으로 명함을 갖고 있는 자리는 정무직인 원장과 1, 2, 3 차장, 그리고 언론을 상대하는 대변인 밖에 없다. 검찰이나 국회, 경찰 등 외부기관을 담당하는 조정관들과 연락도 하고 정보도 교환하긴 하지만 이들이 직접적인 수사파트는 아니어서 수사의 진행과정이나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녹취록에 있는 내용들이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언론에 줄줄이 보도가 됐는데 녹취록을 볼 수 있는 기관은 국정원과 영장을 청구한 검찰, 그리고 영장을 발부한 법원이다. 검찰이나 법원에서 국정원의 영장사실이나 증거물인 녹취록의 구체적인 내용을 흘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상당부분의 내용들이 국정원에서 의도적으로 흘리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관계자들과 통화를 하거나 접촉을 했지만 "수사내용과 관련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사소한 영장내용도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물을 검찰이나 법원에서 흘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확인해보면 다들 "취재가 안 된다"거나 "국정원에서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 같다"는 답변을 한다.
기자들이나 언론사의 취재로 확인 가능한 것이 있고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 것이다. 국정원의 협조가 없다면 녹취록을 입수하거나 구체적인 범죄혐의와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국정원 개혁 왜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냐?"= 우리나라의 헌법 1조를 기억하나?
헌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국가권력이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나?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대선 뿐만 아니라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댓글작업을 했다는 정황이 검찰수사로 드러났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지시말씀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치개입을 했다.
국정원법 제3조에는 국정원의 직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① 국정원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防諜),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다만, 각급 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3. 「형법」 중 내란(內亂)의 죄, 외환(外患)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4.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등이다. 국정원의 역할은 이 직무에 한정되는 것이다.
국정원법 제9조(정치 관여 금지) 조항에는 구체적으로 정치활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① 원장·차장과 그 밖의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에서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1.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2. 그 직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3.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위하여 기부금 모집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또는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의 자금을 이용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행위
4.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관련 대책회의에 관여하는 행위
5. 소속 직원이나 다른 공무원에 대하여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그 행위와 관련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거나 이를 약속 또는 고지(告知)하는 행위>로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원은 법에 규정된 직무의 범위를 넘어서서 정치의 영역을 넘나들었으며 주요 이슈를 통해 정치전면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국정원 개혁'이 주요이슈로 부각되는데다 정기국회가 임박하자 공안사건을 터뜨려 국정원 개혁을 물 타기 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수사정보를 흘리면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건 국정원이 정치전면에 나서는 형국이다. 국정원이 이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국정원 개혁은 멈출 수 없는 것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어제(9월 1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새 당사 입주식에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라며 국정원 개혁에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한길 대표는 "(내란음모사건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고 경찰이 은폐한 죄가 털끝만큼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국정원과 경찰 간부들이 대선후보 캠프 간부들과 내밀한 관계였다는 의혹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도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수사와 국정원 개혁은 별개"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국정원이 대통령을 뽑고 국정원이 국회의원을 뽑는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뭐냐?= 국정원이 그 본연의 일만 하도록 하는 것이고 예산과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의 국정원은 사실상 치외법권 기관이며 초법적인 기관이다. 국정원장의 허가 없이는 수사도 할 수 없고 수사기관에서 진술도 할 수 없다. 국회에서 증언을 하는 경우에도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검찰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섰지만 국정원의 반대로 메인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못했다. 국정원이 대선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국정원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응하는 척 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인사와 예산은 국정원장 마음대로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정원 예산을 누구도 관여( 터치)하지 못한다. 자체감찰로만 마무리 한다"면서 "국정원에서 횡령사건이 수없이 발생하지만 자체 감찰로 마무리할 뿐 검찰에 통보도 안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정원 개혁안은 야당에서 주로 제출하고 있고 여당은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23일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차단하는 방안 등이 담긴 국정원 개혁 관련 4개 법안을 동시에 발의했다. 박 의원이 추진 중인 법안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국가정보원직원법 개정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는 대공수사권(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을 제외한 모든 수사권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올리며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의무를 신설토록 했다. 국정원 예산의 투명화(총액계상 금지, 타 기관 예산에 끼워 넣기 금지), 일반 국민은 물론 정치인이나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동향파악·과 정보수집, 여론형성도 금지하도록 했다.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공수사권 존치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의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의원.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박영선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의 치외법권 상태를 해소해서 투명하게 조직과 인사가 이뤄지도록 근본적인 법적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의 통신제한 조치나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과 관련해 주기적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민병두 의원은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에 대해서는 비밀 엄수 예외를 허용하는 국가정보원직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정원에 대한 예산감시도 강화된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국정원의 예비비 형식의 예산편성을 폐지하기 위한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이중적 특혜예산인 예비비 형식의 예산편성을 폐지하고 국회의 감시와 심의를 제대로 받게 하기 위한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폐지법을 당론으로 발의할 것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국정원은 3공화국 이래 매년 4000억 원의 예비비를 지원받지만, 국정원이 활용하는 경비는 특수 활동비로 운용되고 심사에서 국회의 특례를 인정받고 있다"며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예비비를 통한 예산 배정은 이중특례이자 국회의 예산심사권 침해"라고 특례법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 국정원이 자체 개혁안을 준비 중이지 않은가?= 이른바 셀프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1일 CBS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개혁 작업을 진행 중에 있고,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개혁안이 나오는 시점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이 준비 중인 자체 개혁 작업은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것인데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이번 기회에 국정원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면서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근혜 대통령 지난달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멀지 않은 시일 내에 '국정원표 개혁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언론은 국정원 개혁안이라고 해서 국내정보파트가 축소되고 통일, 국익, 위해차단 등 3개 분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국정원이 준비 중인 '셀프개혁' 안은 국내정보파트 폐지와 대공수사권 축소 또는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경우 국정원의 개혁은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고 개혁안도 당초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국정원 개혁안 중 '대공수사권' 문제가 논란이 될 것 같은데?= 그렇다 대공수사권 존폐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 내부에서도 대공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과 모든 수사권을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 맞서있다.
국정원 개혁 관련 4개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대공수사권은 폐지하지 않고 존치하자는 의견이다. 박영선 의원은 "국정원이 대북문제를 전담하도록 해서 국내정치에 손을 떼도록 하기위해서는 대공수사권은 존치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가진 나라는 없다며 모든 수사권을 폐지하자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 6월 국정원의 대공 관련 직접 수사권 및 국내 정보 수집권을 원칙적으로 없애고 국정원의 명칭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상병 박사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상병 박사는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갖고 있는 이상 언제든지 시국관련 공안사건을 터뜨리거나 공안몰이를 할 수 있다"며 "CIA를 비롯한 외국의 정보기관들은 수사권 자체가 없는 만큼 국정원의 수사기능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공수사권 폐지요구에 분명하고 선을 그을 방침이다.
국정원관계자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 개혁 그러면서 대공수사권 폐지하라 이런 게 개혁이 아니다"라며 "촛불집회에서 국내보안정보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걸 개혁이라고 주장하지만 보안정보와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안정보와 대공수사권 폐지는 결사반대할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국회·언론사 등에 국정원 정보관 출입을 중단하는 조처는 할 수 있지만, 대공수사권 폐지나 국내파트 폐지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정원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까?= 아직은 국정원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여.야간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고 국정원의 '셀프개혁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여당과 국정원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안 '동상이몽'인 경우가 적지 않아서 정기국회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국정원 개혁은 미뤄서도 안 되고 미룰 수도 없는 정기국회의 최대 과제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국정원의 여론조작 행태, 남재준 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은 국정원이 정치전면에 나서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켰다.
정기국회에서 국정원 개혁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자 통합진보당 사건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앞두고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10차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기자/자료사진
국정원 개혁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는 오는 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11차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국공립대학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문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국교련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회복하자'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연이은 시국선언과 거듭되는 촛불집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사태가) 수개월 동안 방치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 교수들은 그저 참담할 뿐"이라며 △진실 규명 △잘못 응징 △재발 방지 △박근혜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 표명 등을 요구했다.
한국 천주교 수도자 4천502명은 26일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공모해 민주사회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인 선거에 불법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국가권력에 의해 공공연히 침해받고 있다"며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록까지 불법 공개하며 법체계를 무력하게 만들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들에 이어 천주교 평신도들이 다음달 11일 국정원을 규탄하는 '1만인 시국선언'과 함께 '시국기도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