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선 할머니.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여든을 훌쩍 넘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미국에 이어 독일을 방문한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6) 할머니는 28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독일을 방문한다.
지난달 10∼23일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고 돌아온 지 한 달 만이다.
재독한인여성단체와 현지 인권활동가들의 초청으로 독일을 방문하는 이 할머니는 프랑크푸르트, 마인츠, 함부르크, 베를린 등을 순회하며 증언활동을 벌인다.
라벤스브루크 나치 강제수용소도 방문하고 유대인 생존자와도 만난다.
2003∼2005년 나눔의 집에서 참회의 봉사활동을 하다가 독일로 떠난 아사히신문 출판국 사진기자 출신 야지마 츠카사(42)씨와도 재회한다.
이 할머니의 해외 증언 활동은 올해로 12년째다.
'인권활동가'라고 찍힌 4개 국어의 명함을 가지고 '인권 외교관'을 자처하며 10여 차례 외국을 찾았다.
부산 출신의 이 할머니는 15살 때 중국으로 끌려가 위안부로 고초를 겪다가 2000년 6월 58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지난달 미국에서 "위안소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도살장"이라고 증언했던 이 할머니는 귀국 당시에도 "내 일생 중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일본군에게 매 맞던 것"이라며 연방 눈물을 흘렸다.
귀국 당시 할머니는 양쪽 다리 모두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 화장실조차 제대로 가지 못할 정도였다.
한국 국적이 없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다가 가천의대 동인천길병원의 도움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일상생활을 회복했지만 골다공증이 심해 물리치료와 찜질로 버티고 있다.
일본군 도검에 찔려 손발에 흉터가 남아 있고 폭행 후유증으로 치아가 빠지고 청각 장애를 겪고 있다.
고령과 지병에도 이 할머니는 2002년 미국 브라운대 강연을 시작으로 일본, 호주 등지를 거의 매년 방문해 위안부 참상을 세계인들에게 알렸다.
2011년에는 미국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와의 만남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는 물론 국내 활동도 멈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