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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호, 맞춤형 전술로 카자흐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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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카자흐스탄을 완파하고 아시아선수권 대회 8강에 안착했다(사진/KBL 사진공동취재단)

 

카자흐스탄 농구의 강점은 골밑에 있다. 하지만 기술이 투박하다. 그래서 귀화 선수로 영입한 미국 출신의 183cm 포인트가드 제리 존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존슨이 골밑을 파고들어 한바탕 휘젓고 내주는 패스에 나머지 4명이 춤을 춘다.

카자흐스탄은 한때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던 중국을 격침 직전까지 몰고갔다. 11년동안 국가대표 주전 포인트가드를 지켰던 류웨이의 부상 공백 탓에 가드가 약해진 중국이 존슨을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존슨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면 카자흐스탄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 12강 리그 경기에서 한국 남자농구는 차분하게 존슨의 플레이를 제어했다.

현대 농구는 2대2 공격이 대세다. 빅맨을 활용한 포스트업 공격이 주를 이루던 시대는 지났다. 그만큼 수비 전술이 발전했다. 2대2 공격은 다르다. 대응책도 많지만 선수의 능력, 전술의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다. 선택지가 보다 많다.

카자흐스탄을 꺾기 위해서는 존슨이 주도하는 2대2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야 했다.

한국은 '소프트 쇼(soft show)'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2대2 수비법을 선택했다.

존슨이 스크린을 받고 나오면 존슨을 막는 선수, 예를 들면 양동근이 순간적으로 자신의 마크맨을 놓치게 된다. 이때 스크린을 해주는 선수를 막는 빅맨의 움직임에 따라 2대2 수비 전술의 방향이 정해진다.

김주성, 김종규, 이종현 등은 스크린을 타고 나오는 존슨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뒤에서 자리를 잡고 존슨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존슨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몇 발짝 뒤에서 기다리는 빅맨을 제치고 골밑을 파고들기는 어렵다.

대신 존슨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 중거리슛이나 3점슛을 던지면 된다. 한국은 존슨이 골밑으로 돌파해 수비진을 뒤흔들지 못하게 하는 대신 차라리 외곽슛을 던지게 했다.

존슨이 한국과의 경기 전까지 기록한 3점슛 성공률은 18.2%(22개 시도, 4개 성공)였다.

빅맨 수비수가 전방으로 나가 드리블러를 압박하는 '헷지'(hedge, 여기에도 빅맨의 압박 정도에 따라 소프트와 하드 두가지 옵션으로 나뉜다), 드리블러가 드리블을 멈출 때까지 압박을 가하는 '더블(double)' 등 2대2 공격을 막는 수비 방법은 다양하지만 '소프트 쇼'는 카자흐스탄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대표팀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었다.

게다가 국내 가드 가운데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양동근이 존슨을 전담하다시피 해 결과적으로 카자흐스탄의 손발을 묶었다.

존슨은 15점을 올렸다. 평균 수준의 득점을 했다. 하지만 어시스트는 2개에 불과했다. 지난 4경기에서는 28개(평균 7.0개)를 했다. 존슨에게 확률이 떨어지는 외곽슛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그에게서 파생되는 득점을 원천봉쇄했다.

존슨은 슛 7개를 던져 6개를 넣었다(3점슛은 4개 시도 중 3개 성공). 하지만 동료를 활용한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이 71-47, 무려 24점차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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