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이명박 정부에서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사업의 이름으로 몰래 진행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회 국정조사 등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앞으로 있게 될 진상 규명 과정에서 풀어야 할 5가지 핵심 의혹들을 정리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왜 국민을 속여가면서까지 대운하에 집착했을까?이번 기사가 보도된 후 CBS노컷뉴스에 접수된 제보를 보면 그 실마리가 풀리는 듯 하다.
업계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제보자 A 씨에 따르면 2006년과 2008년 잇따른 화물연대 파업이 이 대통령의 대운하 구상의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고 한다.
특히 건설업과 물류업에 종사중이던 이 대통령 주변의 고려대 동문들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때만 되면 반복되는 전국적인 물류 대란을 잠재우고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을 무위로 돌리며 국가 물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적극 추천하면서 이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역사적인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국가 경제의 기틀을 마련했듯 이명박 대통령 역시 경부운하를 통해 국운 융성의 전기를 마련해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게 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대운하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과신과 과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그릇된 욕망이 '언젠가는 국민들도 대운하의 필요성을 깨닫고 나의 업적을 기리게 될 것'이라는 자기최면을 낳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올해 초 4대강 사업 관계자 20여명을 불러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돼서 운하를 내 손으로 이렇게 시작할 수 있을 줄 몰랐다. 이제 거의 다 해놨으니 나중에 현명한 후임 대통령이 나와서 갑문만 달면 완성이 된다"며 감격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국민 몰래 추진된 대운하 사업, 누가 최대의 수혜자였나?대운하 사업이 밀실에서 추진되면서 사업 발주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공정위의 조사와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건설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선언 이후에도 대운하 컨소시엄을 해체시키지 않고 비밀리에 가동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의 대운하 설계 용역안은 결국 4대강살리기 마스터플랜으로 채택됐고 그 결과 22조원에 이르는 4대강사업의 사업권을 따내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있게 될 국정조사에서는 사업 시행 과정에서 누가 어떤 특혜를 입었는지에 대한 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 담합 통해 조성한 비자금은 누구에게 흘러갔나?4대강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중이다.
검찰은 6일 국내 최대 설계 감리업체인 도화엔지니어링 김영윤 회장이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확인했다. 검찰은 이 비자금이 어떻게 조성됐고 어디에 쓰였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도화엔지니어링은 GS건설로부터 낙동강 함안보, 금강 부여보의 설계를 수주받는 등 '4대강 수혜 업체'로 불렸다.
검찰의 추후 수사에서 4대강 비자금이 추가로 나올 공산이 커졌지만 국정조사에서도 이들 검은 돈의 흐름에 대한 추적조사를 통해 대운하 사업 밀실 추진의 또 다른 원인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 대운하 문건 파기 누구의 지시인가?이명박 정부는 한반도대운하 사업이 여론에 밀려 좌초되자 4대강 살리기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기만적으로 강행한 사실이 관련문건을 통해 어렵사리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 문건은 박근혜 정부 출범전에 상당부분 파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문건은, 어떤 과정을 통해 4대강살리기 정책이 입안됐고 또 어떤 과정을 통해 사실상의 대운하사업으로 변모해 갔는지 그 과정을 보여줄 만한 증거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 문건의 파기는 대운하 사기극을 덮기 위한 음모에 따라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가의 중요 정책의 입안부터 시행까지 생성된 '모든' 문서는 기록 및 보관하도록 규정한 현행법 위반이기도 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 대화록 증발에 대해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한 것처럼 22조원의 재정이 투입된 4대강사업 관련 문건의 파기 역시 역사를 지우는 중대 국기 문란 행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나?국민을 속인 채 진행된 국책사업은 필연적으로 연쇄적인 부정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4대강 사업 역시 정책 집행 기관인 국토부는 거짓을 은폐하기 위해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했다.
특히 건설사들의 담합을 묵인하는 차원을 넘어 유도하는 일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강 공사 참여 업체들의 담합을 확인하고도 경미한 처벌을 내리는데 그쳐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국기문란 행위는 없었는지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