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플 제품군 수입을 금지하라는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의 권고에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ITC의 최종판정에 항소했다.
삼성전자는 5일 "지난달 이미 ITC의 최종 판정에 대해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삼성이 ITC가 인정하지 않은 3건의 특허에 대한 항소를 해 여전히 애플 제품의 미국내 판매금지 가능성이 남게 됐다.
◈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발동'…애플의 방패ITC는 지난 6월 애플의 제품들이 삼성전자의 특허 중 1건(348 특허·3세대 무선통신 관련 표준 특허)을 침해했다며 이들 제품의 수입과 유통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리고 이를 오바마 행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ITC 판결 직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위임했고 USTR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ITC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USTR은 표준특허에대해 모든 업체가 로열티만 내면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랜드(FRAND) 원칙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마이클 프로먼 USTR대표는 지난 3일(한국시각) ITC에 보낸 서한에서 "무역 정책 실무협의회 등과 협의를 거친 결과 ITC의 수입금지 결정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로먼 대표는 "이번 결정은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 다양한 정책적 고려에 대한 검토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에게 위임받은 USTR의 거부권은 사실상 최종 결정이어서 항소를 할 수 없다.
◈ ITC 최종 판정에 대한 항소…삼성의 역공삼성전자는 이번 거부권과 상관없이 ITC가 인정하지 않은 나머지 3건의 특허(644 특허·3세대 무선통신 관련 표준특허, 980특허·스마트폰에서 자판을 누르는 방법과 관련한 특허, 114특허·디지털 문서를 열람·수정하는 방법과 관련한 특허)에 대해 연방항소법원에 재심을 요구했다.
연방항소법원이 삼성전자의 항소를 받아들여 ITC의 최종판정이 잘못 됐다고 판결하면 ITC는 3건의 특허를 재심해야한다.
게다가 ITC가 삼성전자의 주장을 인정하면 삼성전자가 요구한 3건의 특허를 '비침해'에서 '침해'로 바꿔 애플 제품들의 수입금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명분이 표준특허에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재심을 요구한 2건의 상용특허 중 1건이라도 침해한 것으로 판정이 난다면 거부권 행사의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상용특허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한 프랜드(FRAND)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연방항소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ITC가 삼성이 주장한 상용특허 중 1건이라도 애플의 침해를 인정한다면 ITC는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를 다시금 권고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상용특허가 아닌 표준특허 침해만 인정한다면 USTR은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이미 미국 정·재계 인사들의 압력으로 이례적으로 1987년 이후 26년만에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해 보호무역주의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다시 한번 자국 기업 편들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