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다 스윈튼(53).
영화 '설국열차'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중 한명인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 틸다 스윈튼(53).
열차의 절대 권력인 윌포드를 떠받들며 꼬리칸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는 2인자 총리인 메이슨을 연기한 그는 봉준호 감독을 '전우 comrade'라고 표현하며 신뢰를 표했다. 그는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도 "친구 아니, 가족 같은 봉준호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보고 완전 매료됐다"봉감독에 대한 스윈튼의 예상을 웃도는 애정은 국적을 초월한 '명감독'에 대한 신뢰와 존경에서 비롯돼보였다. 스윈튼은 앞서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으로 내한했을 당시 봉감독의 팬임을 밝혔었다.
봉감독의 어떤 작품을 보고 매료됐던 걸까? 최근 내한한 스윈튼은 노컷뉴스와 만나 "명감독의 영화중 한편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고 머뭇한 뒤 "굳이 꼽는다면 '살인의 추억'이다. 그 영화는 모든 영역을 맛보게 해준다. 특히 삶의 복잡함과 오묘함 그리고 미완. 그걸 가장 많이 느꼈다"고 이유를 댔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다. 봉감독은 그해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방문했고 스윈튼은 경쟁진출작 '케빈에 대하여'로 칸에 왔던 것. 그는 "만나기 전부터 내 흥미를 끌었던" 봉 감독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바로 친구가 됐다고 했다.
스윈튼은 "영화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친구의 작품인지 여부"라며 "데릭 저먼 감독(1942~1994)의 영화로 데뷔한 나는 그와 9년 동안 7편의 영화를 함께 했는데, 그는 나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가 작품이고 세 번째가 내가 연기할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존경'하던 봉감독과 실제로 작업해본 소감을 어떨까? 그는 "같이 일해 보니 왜 그의 영화에는 묘한 전율이 있는지 이해됐다"고 잠시 생각한 뒤 "정확한 선이 있으면서도 결정되고 고정된 게 없는, 마치 수채화처럼 인간미가 있다"고 표현했다.
또한 "샷마다 미리 다 생각되고 고안되어진 봉감독식 명령법이 있다"며 "세트장에서 어떤 의견도 수렴되면서, 모든 걸 다 감안해서 오케이 하는 그의 천재성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 "송강호 연기, 항상 모니터로 확인한 이유는..."배우 송강호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또 다른 전우에 대해 물어보는군요"라며 재치 있게 응수한 뒤 "송강호 영화는 박찬욱의 '박쥐'까지 다 봤다"고 했다. "그의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도 송강호만의 독특한 권위나 매력을 알아볼 것"이라며 송강호가 연기 할 때는 반드시 모니터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설국열차' 보도스틸
그 이유는 "송강호 연기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전 제 촬영이 끝나면 다른 배우들 연기를 지켜보는데, 송강호는 어떻게 연기할지 예측이 불가능해서 그의 잔 표정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육안이 아니라, 모니터로 확인했다."
스윈튼은 영화 '설국열차'에 대해 "생존과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죽음을 넘고 열차 칸들을 지나 수많은 싸움을 거쳐 살아남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 위험하고 어렵지만 다들 많이 생각해본 주제들"이라고 덧붙였다.
시대를 초월하는 이 보편적인 주제가 지금 우리시대에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작년에 짐 자무쉬 감독과 찍은 영화(Only Lovers Left Alive) 또한 설국열차처럼 세기말적인 영화로 삶과 생존의 주제를 다뤘다"며 "삶과 생존 그 이상의 주제는 없다"고 했다.
"죽으면 인생은 끝이란 걸 우리는 다 안다. 문득 설국열차의 탑승자는 얼마나 행운인가, 자 근데 이 기차가 눈 속으로 고꾸라지면...그런 생각을 해봤다"며 해석의 여지가 많은 열린 답변을 던졌다.
영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중 한명인 스윈튼은 1985년 데릭 저먼 감독의 '카라바지오' '대영제국의 몰락' '전쟁 레퀴엠' 등을 찍었고 '에드워드 2세'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94년 저먼 감독이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면서 큰 슬픔을 겪었으나 한편으론 영화 '올란도'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바닐라 스카이' '어댑테이션' '영 아담' '콘스탄틴'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등에 출연했고, 2007년에는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을 통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원래 작가를 꿈꾼 그는 "지금도 배우의 삶이 진짜 내 길인지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연기를 하는 것이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