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새만금 현장방문에서 투자기업인을 등에 업은 현오석 부총리. 정부는 하반기 경제기조를 '경제살리기'로 규정하고, 기업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노컷뉴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지 말고 기능별로 접근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한마디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에 또다시 불을 당겼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수도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한 수도권 규제 완화 카드까지 꺼내들 정도로, 정부가 기업 투자 활성화에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다.
현 부총리는 1박2일 현장방문 첫 날인 지난달 31일 저녁, 기자들과 만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권역(zone)으로 접근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기 마련”이라며 “대척 개념이 아니라 기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기획재정부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도권 규제를 정하고 있는「수도권정비계획법」등의 개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기능별로 입지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결국 수도권도 입지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 기능별 입지규제 완화... 결국 수도권 혜택 아니냐 지방분권 균형발전 전국연대 박재율 공동대표는 “수도권에 첨단기술이나 주요 기능이 집적돼 있는데, 결국 그렇게 되면 기능별 입지규제 완화라고 하지만 그 혜택이 수도권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제3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입지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결국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함께 다루겠다는 복선을 깐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재계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 고용이 규제개혁팀장은 “최근 경기도가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무려 14조원의 기업 투자가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들의 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경기, 인천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자치단체들도 “수도권 규제로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고칠 지경”이라며 줄곧 규제 완화를 외쳐왔다. 이번 부총리의 규제 완화 시사 발언으로 수도권 지역 자치단체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 기업들 환영, 하지만 정치적 부담 감당 가능할까? 하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는 막대한 정치적 부담을 가져오는 카드이기도 하다.
박재율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해왔다”며, “이 와중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국정기조 파기로 받아들여져 지방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각종 복지정책 강화로 재정 부담이 늘어난데다, 취득세 영구인하 방침으로 재정에 아예 구멍이 나게 된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가뜩이나 지역 대학들이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공장 이전을 약속한 기업들도 관망세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 방침까지 발표되면,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분열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를 하반기 경제기조로 잡은 정부가 막대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 카드를 그대로 밀어붙일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