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신고 노르웨이 여성의 두바이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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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 성관계 등 1년4개월형…'국제도시 명성 달리 성범죄 은폐 심각'

 

중동의 대표적 국제도시로 알려진 두바이에서 20대 노르웨이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신고했다가 '불법 성관계' 등 혐의로 오히려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미국 CNN방송이 전한 사연은 이렇다.

카타르의 한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던 노르웨이인 디자이너 마르테 데보라 달렐(24)은 지난 3월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3개월 출장을 갔다가 악몽 같은 상황에 휘말렸다.

동료들과 새벽 3시까지 현지 바에서 술을 마시다 호텔에 돌아왔는데, 취한 틈을 타고 수단 출신인 유부남 동료가 그를 자기방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것이다.

달렐이 아침에 경찰에 신고를 하니 여성 경찰 한 명 없이 남성 경찰 10여명만 출동해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으로부터 진술을 받았다.

경찰서로 가게 된 달렐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듣지도 못한 채 꼬박 나흘을 갇혀 있다 풀려나면서 자신도 가해자와 함께 수사 대상이라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됐다. 유부남과의 혼외 성관계와 공공장소 음주 모두 두바이 법으로는 처벌대상이다.

달렐의 직장인 '알 마나'의 매니저가 찾아왔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조언을 따랐더니 오히려 허위진술 혐의까지 받게 됐다. 알 마나 측은 이 조언을 실제 현지 경찰관이 했고 매니저는 이를 영어로 통역만 해줬다고 주장했다.

달렐은 지난 16일 1심에서 징역 1년4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혼외 성관계로 1년, 거짓진술과 음주죄로 각각 3개월과 1개월이었다. 그는 다음 달 항소 예정이지만 보석을 받지 못하면 2심 재판 내내 옥살이 처지를 면할 수 없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노르웨이 외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UAE 외무부 장관에 전화를 걸어 '기본인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두바이는 외국인이 많이 살고 성(性)과 음주 등에도 관대한 자유로운 도시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엄격한 이슬람 법과 관습이 적용된다.

CNN방송은 UAE 당국이 예전에도 성폭행 가해자를 편들고 거꾸로 여성 피해자를 탄압한다는 비판을 들었다고 전했다.

두바이에서는 2010년과 작년 영국 여성이 잇달아 성폭행을 당했지만, 피해자들은 모두 달렐처럼 음주나 혼외 성관계 등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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