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범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18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건설업자 윤중천(53)씨의 고위층 성접대 의혹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건설업자의 사회 유력층 성접대 등 불법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2명을 구속하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실제 성접대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했지만 형사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성접대 의혹’ 제기된 건설업자, 불법 대출 등 모두 10개 혐의 적용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불법 대출 등의 혐의로 건설업자 윤중천(52)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대우건설 법인을 포함, 16명을 입건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윤 씨는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320억원을 불법 대출받는 대가로 김모(58) 전 서울상호저축은행 전무에게 2억원 상당의 빌라를 제공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경찰은 윤 씨에게 마약류관리법 위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경매·입찰방해, 사기 등 모두 10개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윤 씨에 대한 각종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지난 3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4개월 동안 16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144명을 조사해 이 같은 혐의를 밝혀냈다.
◈ 경찰, ‘성접대 정황’은 확인…“일반인은 처벌 법규 없고 일부 공무원은 공소시효 지나”하지만 정작 사회적 관심과 함께 공분을 산 유력인사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서는 윤 씨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단 2명을 입건하는 데 그쳤다.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피해 여성들의 진술과 성접대 장면이 찍힌 1분54초짜리 동영상 등을 토대로 강원도 원주 윤 씨의 별장에서 실제로 성접대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들이 성접대 의혹을 부인하는 데다 이들이 이권이나 편의를 주고받은 정황은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접대가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지만 일반인에 대한 접대는 현행법상 처벌 법규가 없고 일부 공무원에 대한 접대는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처분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신 김 전 차관에게 지난 2007년 4~5월과 2008년 3~4월 사이 윤 씨와 공모해 여성 1명을 각각 성폭행한 혐의(옛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법상 특수강간)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