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리로 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최악의 전력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올여름 정전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쏟아 부은 돈이 5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성적서 조작 등 비리로 원전 3곳이 무더기로 멈춰선 가운데 올여름 최악의 전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전력 수급 경보 첫 단계인 ‘준비’가 발령된 이후 지금까지 16차례의 전력 경보가 발령됐다.
준비나 관심단계 경보가 발령돼 예비 전력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전력당국은 예비 전력 확보를 위해 비상대책에 들어가는데, 올여름에는 이 비상대책에 들어간 돈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5월과 6월 비상대책에 쏟아부은 돈이 495억 6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자원시장과 주간예고 등을 통해 실시되는 비상대책인 전력 부하 관리는 두 달동안 날짜로는 15일, 시간당으로는 62시간동안 실시됐으며 여기에만 500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 것.
특히 가장 이른 시간부터 전력 경보가 발령된 지난달 7일에는 가장 많은 전력 부하 관리가 투입돼 이날 하루 만해도 87억 6188만원이나 써버렸다.
평균적으로는 하루에 33억, 전력 부하 관리 한 시간당 8억 가까이 날려버린 셈이다.
<보조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충당,="" 사실상="" 국민="" 혈세="">보조금은>이 돈은 주로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 대에 공장 가동을 멈추는 기업에게 주는 보조금으로, 사전 예고 시점, 전력 절감량 등에 따라 ㎾당 평균 691원의 보조금을 준다.
지난 5,6월 대부분 오후 2~5시 수요관리를 실시했는데 피크시간대 평균 단가가 167원인데 비해 전력 부하 관리에 들어가는 단가는 691원으로 무려 4배 이상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조금은 지난해에만 4046억원이 들어가 3차례에 걸쳐 국회 예산 심의·의결을 받아낼 만큼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혜택은 대기업에게로 돌아간다는 논란이 있어왔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지원금 수급 상위 리스트를 보면 현대제철 343억원, 고려아연 100억원, 쌍용양회 82억원, 포스코 79억원, 동국제강 62억원 등 대기업이 상위권을 독점했다.
문제는 전기요금의 3.7%를 적립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충당돼 사실상 국민의 혈세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 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전력난이 있을 때마다 급작스럽게 수요를 관리하는 것은 장기적인 면에서는 좋지 않은 방안"이라며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블랙아웃 막기에 가장 효율적인 대안">하지만 원전 비리로 인한 공급이 부족한 시점에서 현재로서는 전력 대란을 막기에 보조금 지급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급 관리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예비 전력 400만 kW(킬로와트) 이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순식간에 100만 kW가 떨어지는데 7, 8분 밖에 안 걸리는 상황에서 단시간에 전력 수요를 줄이는 방법은 공장 조업을 밤이나 주말로 돌리는 것 밖에는 없다"면서 "기업들에 대해 조업을 강제 조정당하는데 대한 보상이라도 보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력 부하 관리는 영국, 미국 등도 다 하는 제도로, 발전소를 새로 짓느냐 , 일시적으로 수요관리를 하느냐의 대안에서 수요관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는데 이론(異論)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규모 전력 사용자에 대해 피크시간대 의무감축 등의 조치도 시행하고 있지만
장마가 지난 뒤 본격적인 전력난이 시작되면 보조금 액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