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낙동강 정비 등 4대강 사업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지만, 경남 김해지역 낙동강 7공구 일대 주민들은 엉터리로 조성된 이주단지에 분통을 터트리는 등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낙동강변에 위치한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마을에서 10여년 전부터 부인과 함께 추어탕 식당을 운영해온 김성신(71)씨.
경관이 좋은 낙동강변에 식당이 있다 보니, 부산과 김해, 양산 등에서 손님이 몰려 장사도 그럭저럭 잘됐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 2010년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한다며 침수 가능성이 있는 매리마을 41가구를 공사구간에 편입시키고 이주를 요구했다.
주민들이 지금 잘 살고 있는데 무슨 이주를 하느냐며 반발했지만,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011년 마을 인근 야산에 이주단지를 조성해 개인당 500㎡(150평)의 택지를 분양해주겠다며 설득했다.
주민들은 당시 공무원들이 나서 반강제로 요구하는 이주단지조성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이주단지는 살던 곳에서 300여m 떨어진 산 기슭이어서 침수위험이 없다는 말에 위안을 삼을 뿐이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보상과 이주단지 조성공사 등 모든 행정절차와 권한을 관할 지자체인 김해시에 위탁했고, 시는 지난 2011년부터 마을 옆 5만2천94㎡에 145억 2천여만 원을 들여 이주단지조성에 나서 최근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김해시가 공고한 택지분양매매계약을 체결한 주민들은 최근 이주단지를 방문해 보고 깜짝 놀랐다.
이주단지는 경사도가 20~30도에 달하는 야산에 위치해 드나들기도 쉽지 않았다. 마을 가운데 조성된 인도는 경사도가 30도를 넘어 차량통행은 물론 젊은 사람도 걸어 올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김 씨는 11일 이주단지 가장 위쪽에 위치한 자신의 땅을 찾아 올라가는 동안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쉴 수 밖에 없었다.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자신의 땅 면적을 보고 나서였다.
분명 계약서에 150평을 받기로 했는데 실제는 90여평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50여평의 땅이 날아가버린 셈이다.
90평으로는 주차장을 포함한 추어탕 식당을 이전하기에는 턱없이 좁기 때문이다.
땅이 줄어든 것은 김씨 뿐만이 아니었다. 매리마을 41가구중 김 씨처럼 계약서보다 30~50평이 모자란 사람은 모두 7가구다. 나머지 가구도 5~8평씩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매리마을 주민 40여명은 11일 이주단지 앞에서 김해시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주민들은 "가뜩이나 정부의 4대 강 사업으로 농지와 주택 등이 강제편입돼 불만이 많았는데 이주 택지 면적까지 줄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처음 약속한 분양 면적을 지켜라"라고 요구했다.
매리마을 이주단지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정순옥 위원장은 "4대 강 사업으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됐는데 이주택지마저 줄어든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다수 주민은 이주택지로 이주하지 않고 요구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법적 대응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항변에 대한 김해시의 대답은 궁색하기만 하다.
시 관계자는 "경사도가 심한 산 기슭에 계단식으로 택지를 조성하는 과정에 분양면적보다 실제 활용가능한 땅 면적이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원이 잇따르자 김해시는 "분양계약서보다 부족한 분량은 확정측량이 끝난 후 감정평가를 통해 주민 손실부분을 정산해 주겠다"며 설득에 나섰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분양계약 내용을 못지키면 이주약속도 지킬 수 없다"면서 "이주를 포기하고 현재 살고 있는 곳에 계속 살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