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 권성동 의원(왼쪽)과 민주당 간사 정청래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정조사 기간을 내일(2일)부터 내달 15일까지 45일간의 실시기간을 발표했다. 황진환기자
사상 최초의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채택을 앞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선수는 새누리당이 쳤다. 새누리당 이철우 정문헌 의원은 9일 특위위원직을 사퇴한다며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 의혹’의 피고발인인 김현·진선미 의원이 제척사유에 해당해 국정조사 특위에서 빠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민주당의 합당한 조치를 기대한다"며 "우리가 사퇴했는데도 민주당이 하지 않는다면 국정조사를 원활히 진행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두 의원의 위원직 사퇴가 이뤄지지 않으면 특위에 참여할 수 없다"며 "특위의 정상 운영 여부는 전적으로 민주당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실시계획서 채택을 하루 앞두고 국정조사를 공전시키기 위해 특위위원 자격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김현·진선미 의원이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파헤치는데 앞장섰다는 점을 고려해 민주당으로서는 받기 어려운 조건을 걸고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일축해 10일 국정조사실시계획서 채택에서는 양 당의 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 특위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원칙대로 간다. 강하게 붙을 것이다”고 말했고, 신경민 의원은 “이 문제로 며칠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특위위원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대상이나 증인채택, 공개범위 등을 놓고 사사건건 장애물을 설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정원 댓글사건 뿐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생각에 새누리당에 강력 반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은 사실이라면 지난 대선의 정당성을 뒤흔들 수도 있는 폭발력이 대단히 높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이날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대화록 불법유출로 인해 지난번 대선이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졌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만큼 국정조사의 사실상 무산보다는 주어진 틀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여야관계라는 것이 팽팽하다가도 잘 풀릴 수 있다”며 “한 번 지켜 보라”고 밝혔다.
박범계 의원도 “모양만 국정조사는 필요없다”면서도 “우리의 목표가 있다. 하지만 미리 패를 보여줄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국정조사 대상에서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루면 증인 채택에서는 양보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