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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도서관'…전력난에 대학가는 '땀만 뻘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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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침에 도서관·강의실 26∼29도…피크시간 냉방기 중단도
학생들 커피숍行·몰래 온도 내리기…학교에 항의성명까지

 

서울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5일 오후 2시.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중앙도서관의 에어컨이 갑자기 멈췄다.

전력 피크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 30분 간격으로 냉방을 중단하라는 동대문구의 절전 지침에 따라 경희대는 지난달 18일부터 이 시간대 도서관을 포함한 모든 건물의 냉방기를 끈다.

에어컨이 꺼지자 몇몇 학생이 책, 노트북 PC 등을 주섬주섬 챙겨 학교 앞 커피숍으로 향했다. 방학이라 한산했던 커피숍이 더위를 피하러 온 학생들로 곧 북적거렸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 중인 경희대 3학년 이민지(23·여)씨는 "더우면 집중력이 떨어져 오후에는 에어컨을 틀어주는 커피숍에 간다"며 "정부의 절전 노력은 이해하지만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까지 이럴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정부가 전력난에 공공기관 실내온도를 28도(강의실과 도서관은 26도)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이전까지 더위 탈출 장소로 각광 받았던 대학 도서관과 강의실도 '찜통'으로 변하고 있다.

취재 결과 서울시내 대부분 대학은 정부 지침에 따라 도서관과 강의실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연신 땀을 흘리거나 부채질을 하는 등 더위에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시각 학생들이 에어컨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한국외대 중앙도서관에서는 온도를 26∼28도로 유지하려는 학교 직원들과 이를 몰래 낮추려는 학생들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에어컨에는 '임의로 온도 조절하지 마시오','여름철 적정온도는 26∼28도입니다'라는 절전 권장 스티커가 붙어있었지만 무더위에 지친 학생들의 손은 온도조절 버튼으로 향했다.

학생들이 24도까지 내린 에어컨 온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들에 의해 다시 27도로 올라갔다. 2시간 남짓한 사이 에어컨 온도는 24∼28도 사이를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 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미래를 위해 방학에도 공부하는 학생들인데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해 안타깝다"며 "한낮에 학생들이 너무 더워하면 1~2도 정도 낮춘다'고 말했다.

학교의 절전 방침에 총학생회가 항의성명까지 낸 대학도 있다.

고려대는 지난해부터 '에너지위기관리대응팀'을 만들어 강의실과 도서관 냉방을 종합상황실에서 관리하고 올해 여름 교내 전 건물에서 26∼28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말고사 기간인 지난달 초 '강의실과 열람실에 냉방이 제대로 안 돼 너무 덥고 불쾌하다' '도서관에 사람이 빼곡이 찼는데 냉방이 안 돼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는 민원이 총학생회에 빗발쳤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불만을 학교 측에 전달했지만 학교 측은 오히려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며 여름방학에 일부 열람실을 닫자는 제안까지 했다.

이에 총학생회는 지난달 10일 지나친 냉방 억제로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차질을 빚는 등 면학 분위기가 저해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학교 측은 제안을 백지화했다.

에어컨 운영 층수를 제한하는 연세대는 이용 학생 수에 따라 중앙도서관 총 5개 층 가운데 1∼2개 층은 에어컨을 끄고 있다.

새로 지은 학술정보관도 지난해까지는 오후 10시까지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올해는 오후 6시까지로 가동 시간을 줄였다.

취업이나 고시 등 공무원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연대 도서관에서 3년째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이모(29)씨는 "전과 달리 도서관이 더워져 공부 효율이 안 올라 사설 독서실에 들어갈까 고민이다"라며 "돈 없는 고시생이 더위를 피해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중앙학술정보관 게시판에도 '새벽이나 심야에 사람 많은데 에어컨 좀 켜주세요'라는 건의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박명은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전기 소비가 많은 산업분야도 아닌 학교에서 학생들이 이렇게 고생을 한다 해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전 사회적으로 절전을 강조하니 크게 반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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