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하키, 리우 플랜으로 구해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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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0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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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하키 신석교 감독

남자 하키 신석교 감독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6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위한 '리우 프로젝트'라는 장기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성적보다 3년 뒤 결실을 위해 세대 교체 등의 변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조호바루=임종률 기자)

 

국제하키연맹(FIH) 월드리그 3라운드 한국-영국의 3, 4위 전이 열린 7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경기 후 신석교 대표팀 감독(42, 성남시청)은 탈진한 듯 벤치에 앉아 말이 없었다. 전날 최강 독일과 4강전에 이어 이날도 역전을 바라보다 아쉽게 패배를 안았기 때문이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불안한 전력으로 출발했다. 수비의 핵 이승훈이 지난달 얼굴 골절상으로 빠지면서 전술 운용에 차질이 빚어졌다. A조 조별리그에서 1무2패에 그쳤다. 그러나 세계 랭킹 5위의 파키스탄과 8강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경기력이 살아났다. 세계 1위 독일과 4강전, 4위 영국전에서 졌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독일 감독은 4강전 뒤 "정말 힘든 경기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신감독 역시 아쉬움 속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표정이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았다. 16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위한 이른바 '리우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것이다.

▲16년 만에 올림픽 메달 간다

한국 남자 하키는 지난 2000년 시드니에서 유일한 올림픽 메달을 따낸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이후 아테네(8위), 베이징(6위), 런던(8위) 대회 모두 4강에 들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2010년 광저우 대회 4위에 머물렀다. 그야말로 위기의 하키다.(여자 대표팀 역시 1988년 서울,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이후 소식이 없다.)

때문에 신감독은 협회와 함께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장기 플랜을 계획 중이다. 특히 세대 교체를 위한 작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워낙 인재 풀이 적다 보니 쉽지 않다. 성남시청, 김해시청, 경북과 인천시체육회, 상무까지 고작 5개 팀, 100명 정도 인력에서 국가대표를 뽑아야 하는 실정이다. 클럽과 챔피언스리그까지 활성화된 유럽 강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제무대에서 선전하는 한국 대표팀을 보고 놀라는 이유다.

여기에 월드컵과 올림픽 출전을 위해 랭킹 포인트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까닭에 유망주들을 점검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효식(31), 이남용(30, 이상 성남시청), 장종현(29, 김해시청)은 10년 이상, 이명호(34), 윤성훈, 홍은성(이상 30, 성남시청) 등도 10년 가까이 대표팀 붙박이로 있다.

그럼에도 신감독은 일단 젊은 선수들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전병진과 정만재(이상 23, 인천시체육회), 김성규(26, 성남시청) 등을 포함시켰고, 이번 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김성규는 영국전 동점골을 넣기도 했다. 신감독은 "이외에도 대학생, 주니어 선수 6명 정도를 조금 중요도가 덜한 국제대회에 참가시키며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로 못 푼 恨, 날려야죠"

올림픽 메달은 침체된 한국 하키 전체를 위한 목표기도 하지만 신감독 개인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올림픽 메달의 한(恨)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대형 국가대표 수비수로 굵직한 성과를 거둬온 신감독이었지만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 1989년 성남 성일고 3학년 당시 고교생으로는 최초로 하키 태극마크를 단 신감독은 94년 히로시마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다.

올림픽에서는 96년 애틀랜타에서 당시 최고 성적인 5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정작 사상 첫 메달(은)을 따냈던 2000년 시드니 때는 왼무릎 연골 부상 등으로 빠져 영광을 함께 하지 못했다.

지도자로 제 2의 하키 인생을 시작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현역 은퇴한 신감독은 성남시청 코치를 거쳐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했다. 런던올림픽에서도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다.

신감독은 "사실 시드니대회 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나가고 싶었지만 무릎 수술 여파도 있었고, 당시 코칭스태프와 관련된 사연도 있었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2016년에는 감독으로서 반드시 현역 때 못 이룬 올림픽 메달의 한을 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식 체력+유럽 전술로 정상 도전"

신감독이 말하는 '리우 프로젝트'의 첫 단계는 바로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이다. 단순히 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아니라 올림픽 메달을 위해 꼭 필요한 우승이다.

아시안게임 우승국은 올림픽에 자동 출전한다. 내년 인천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2016년까지 최소 2년 동안은 올림픽 예선을 신경쓸 필요 없이 세대 교체와 전술 시험 등을 자유롭게 진행할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럽형 전술의 접목을 노리고 있다. 한국 특유의 체력과 정신력, 개인기에 선이 굵은 유럽의 패스 하키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감독은 "이것만 이뤄진다면 세계 정상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감독은 하키 사상 첫 외국인 지도자를 협회에 요청해 영입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독일 사령탑을 맡아 금메달을 이끈 폴 리섹 코치(65)다. 리섹 코치와 선수 시절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선진 하키의 전수를 위해 모셔왔다.

신감독은 "유문기 코치 외 다른 국내 코치를 둘 수 있었지만 내가 협회에 리섹 코치를 추천했다"면서 "일단은 최대한 그가 가진 정보와 전술을 한국 하키의 토양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지도자라는 자존심보다 대표팀 발전이라는 실리를 찾은 셈이다.

위기의 남자 하키를 이끌 적임자로 지난해 말 사령탑 공채를 거쳐 선임된 신석교 감독. 과연 선수 때 풀지 못한 올림픽 메달의 한을 날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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