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터뷰는 매일 아침 7시-9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김현정의>- 감별기,수표용지 진위여부만 판단- 진짜 100억과 일련번호, 발행처 일치- 5개월 치밀한 준비,해외도주 가능성■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우리은행본점 수신서비스센터 신도섭 차장
한 남성이 은행에 가서 100억짜리 수표 한 장을 냅니다. 그리고는 이 100억을 50억씩, 두 통장으로 나눠서 자기 계좌에 넣어달라고 합니다. 은행 직원은 몇 번이나 확인절차를 거쳐서 이 돈을 입금해 주죠. 그런데 알고 보니까 이건 100억짜리 위조수표였습니다. 결국 이 남자는 자기 통장 속의 100억을 현금인출기로 뽑아서 달아났는데요. 단 3시간 만에 모든 일이 완료됩니다.
이 영화 같은 희대의 사기극이 서울에서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용의자 세 명을 공개 수배한 상태인데요. 2주째 행방이 묘연합니다. 어젯밤에는 이 주범이 전직 경찰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은행에서 벌어질 수 있었던 건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다뤄봅니다. 국내 최초의 외화위폐감별사 인증을 받은 분이세요. 우리은행 수신서비스센터 신도섭 차장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우선 이 사건 듣고 전문가로서 어떤 생각 드셨어요?
◆ 신도섭> 같은 은행원으로서 저는 정말 아찔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차근차근히 한번 짚어보죠. 주범 최 씨가 은행에 가서 100억짜리 수표를 냅니다. 그리고는 이 ‘100억을 50억씩, 두 통장으로 나눠서 입금해 달라.’ 이렇게 얘기를 하죠. 일단 100억짜리 수표를 가지고 와서 통장에 넣어달라는 경우가 아무리 은행이라도 흔치 않죠?
◆ 신도섭> 네.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몇 억까지는 있는데, 이렇게 100억까지 큰 금액은 아주 드물다고 봐야 합니다.
◇ 김현정> 그래서 CCTV를 확인해 보면, 이 100억을 받은 은행 직원도 약간 당황해하면서 몇 번씩이나 위폐 감별기에 넣어보고, 또 육안으로도 확인하더라고요. 그런데 감별기를 무사히 통과했어요, 그것도 몇 번이나. 어떻게 가능한가요?
◆ 신도섭> 은행에서는 위조를 확인하려는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감별기를 통해서 수표용지가 진위인지 확인하고. 두 번째로는 전산을 통해서 수표금액과 일련번호가 맞는지를 확인하기 때문에 이 같은 경우는 알 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감별기에 아무리 얼마를 넣어도 수표용지만 보는 거예요?
◆ 신도섭> 감별기는 수표용지의 진위 여부만 보는 게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진짜 수표용지인지 아닌지 그것만?
◆ 신도섭> 네.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이 남자는 100억을 진짜 수표용지에다가 위조한 거예요?
◆ 신도섭> 그렇죠. 1억짜리 수표용지에다가 100억짜리로. 숫자와 일련번호를 바꿔서 은행에 제시했기 때문에 감별기가 속은 거죠.
◇ 김현정> 진짜 1억짜리 수표에다가 00 이런 것만 친 것이기 때문에.
◆ 신도섭> 그렇죠.
◇ 김현정> 그럼 감별기가 너무 허술한 거 아닙니까?
◆ 신도섭> 그 부분은 제가 볼 때 더 이상 시스템적으로, 그 이상은 현재까지 힘들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은행 직원도 돈을 많이 만져 본, 어느 정도 전문가일 텐데요. 육안으로 봐도 모르나요?
◆ 신도섭>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전문가가 현미경 등으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다른 확인절차도 있다고. 말하자면 수표의 일련번호와 발행은행 이런 거를 다 확인한다는 거잖아요?
◆ 신도섭> 수표를 가지고 오면 저희는 일단 전산으로 그 수표금액과 일련번호가 맞는지 확인하고요. 또 발행한 점포한테 의뢰를 해서 ‘그쪽 점포에서 몇 월 며칠, 이런 금액과 이런 일련번호를 발행했느냐’ 의뢰를 해요. 그럼 그쪽에서도 당연히 맞다고 하겠죠. 그러면 수표용지와 금액과 일련번호가 다 일치하니까 은행원으로서는 그 정도.. CCTV를 보셨겠지만 은행원들이 열심히 찾았을 거예요.
(자료사진)
◇ 김현정> 전화해가지고 ‘거기 점포에서 며칟날 발행한 거 맞아요?’ 확인도 하고.
◆ 신도섭> 그렇죠.
◇ 김현정> ‘일련번호, 그리고 이게 100억짜리가 맞는지’도 확인하고요?
◆ 신도섭> 도장이 맞는지도 확인하고요.
◇ 김현정> 도장도 보고. 그러면 이 사람이 진짜 100억짜리 수표의 일련번호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는 얘기네요?
◆ 신도섭> 그렇죠. 신기한 게 그분은 100억짜리 진본의 일련번호와 진본의 금액이 일치한 것을 가져왔어요.
◇ 김현정> 그분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이 사람 희대의 사기범입니다. (웃음)
◆ 신도섭> (웃음)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이 용의자 최 씨. 진짜 100억짜리 일련번호를 과연 어디서 봤을까요?
◆ 신도섭> 제가 경찰조사를 보니까 범인이 대부업체하는 피해자에게 “회사를 인수하려 하는데 자금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해 놓고 “100억짜리 수표를 갖고 있다가 내가 연락하면 국내 5대 로펌한테 맡겨 달라.” 이렇게 말한 거예요.
◇ 김현정> 대부업자한테요?
◆ 신도섭> 네. 대부업자한테.
◇ 김현정> 그럼 피해자가 100억 수표를 가지고만 있었으면, 용의자는 볼 기회가 없었던 거 아닌가요?
◆ 신도섭> 대부업체가 (100억짜리 진짜 수표를) 가지고 있단 걸 의뢰인에게 보여줘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지 않겠어요? 그때 의뢰인인 범인은 순간적으로 보더라도 분명히 금액이나 이런 것을 다 캐치했을 거예요.
◇ 김현정> 단 한 번만 봤어도 어디를 봐야 되는지 정확하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련번호, 어느 지점의 발행인지 다 봤을 거다?
◆ 신도섭> 네.
◇ 김현정> 그리고 나서는 자기의 두 통장에 담은 돈을 다시 다른 통장으로 쪼개서 이체를 합니다. 그리고는 공범들이 일제히 현금인출기로 쫙 현금으로 빼가죠. 그게 3시간 걸렸어요. 굉장히 치밀하고 계획적이네요?
◆ 신도섭> 네. 수표 발행일을 보면 이 용의자가 1월 11일에 수표를 1억 150만원짜리 발행했다고 합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그렇다고 치면 지금 벌써 5, 6개월 지났는데요. 도주로라든지 돈은 어떻게 쓸 건지, 아니면 국외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 김현정> 이런 희대의 사기극이 다시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에 좀 잡아내야 될 것 같은데. 수표의 이런 허점들을 좀 막을 방법 없을까요? 대안?
◆ 신도섭> 10명이 1명의 도둑을 막을 수 없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세상의 현재 모든 일이 100%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PC 해킹처럼 보안을 뚫으면, 또 이렇게 위조를 하면 저희는 또 막고. 또 위조를 하게 되면 또 막고.
◇ 김현정>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이런 말씀이세요?
◆ 신도섭> 네. (위조 지폐) 그린 부분에 약간 실수를 해서 먹칠이 돼 있다. 그래서 우리가 찾으면 또 먹칠 부분을 완벽하게 정상수표처럼 똑같이 하고. 또 어떤 부분을 찾아내면, 다시 또 업그레이드를 해서 위조하고.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어차피 계속 돌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 김현정> 그럼 지금 할 수 있는 건 나와 있는 이 수표 대조방법, 감별방법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 이 방법밖에 없겠네요?
◆ 신도섭> 그렇죠. 또 뚫리면 규정이 생기고. 뚫리면 더 업그레이드 된 보안기도 생기고요.
◇ 김현정> 혹시 말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위조수표를 만날 가능성도 있는데요. 일반인들이 쉽게 감별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없을지, 이런 것도 좀 알려주세요.
◆ 신도섭> 우리가 화폐를 보면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보안요소가 있는데. 이 수표에도 보안요소가 있어요.
◇ 김현정> 어떤 건가요?
◆ 신도섭> 예를 들어서 빛에, 형광등에 비춰보면 무궁화가 있어요. 워터마크라고 하는데, 좌측 하얀 부분에 있습니다. 이것을 빛에 비춰보면 위조지폐인 경우, 대부분 없거나 먹물에 번진 것처럼 돼 있고. 또 진짜 지폐는 무궁화 그림이 선명하게 나와 있어요.
◇ 김현정> 제일 기본적인 게 빛에 비춰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