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당선인 신분으로 당시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과 환담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26일 지난 대선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 읽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왜 갑자기 이같은 돌발 발언을 했을까.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당 고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김 의원의 발언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한 절차상 문제에 대해 중진의원들 간 이견이 오고 가던 중 나왔다.
대화록 공개의 절차상 문제와 파장이 걱정된다는 남경필 의원의 발언에 흥분한 김 의원이 갑작스레 '대선 당시 대화록 입수' 발언을 꺼낸 것이다.
남 의원은 이날 비공개회의가 시작되기 전 공개 발언부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국익에 부합했는지에 대해선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남 의원이 이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자 황우여 대표은 "합법적이다. 아무 문제가 없다"며 대화록 논쟁을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황 대표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김 의원이 끼어들었다. 김 의원은 "우리를 흔들려는 세력과 한판 싸움이 벌어졌는데 내부에서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된다"며 흥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 그걸 몇 페이지 읽다가 손이 떨려서 다 못 읽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김 의원은 이어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대선 당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3시쯤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부짖듯이 쭈욱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내부에서 회의도 해 봤지만, 우리가 먼저 까면 모양새도 안좋고 해서 원세훈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원세훈이 협조를 안해줘가지고 결국 공개를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의원이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찬조연설 내용은 지난 24일 국정원이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상당히 일치한다.
김 의원은 말을 마친 뒤 회의를 속기하는 당 관계자를 향해 "이 발언은 지우래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화록 원문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발언을 종합해 만든 문건을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대선 당시 정문헌 의원이 구두로 설명해준 것과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주평통 행사 등에서 NLL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신 내용을 종합해서 만든 문건이 있었다"면서 "이 문건을 가지고 부산 유세에서 연설에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건’이라는 표현이 잘못 알려진 것이며, '원문을 봤다'라는 얘기를 한 사실은 없디"면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문을 입수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