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올스타전이라는 알림이 무색할만큼 경기장 곳곳이 텅 비어있다. 윤성호기자
11148명과 1만500명.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열린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찾은 관중의 숫자다. 근소한 차이로 많은 쪽이 출범 30주년을 맞은 K리그 올스타전, 불과 600여명 가량 적은 인원이 찾은 쪽이 피겨여왕 김연아의 아이스쇼다.
프로스포츠에 있어 팬은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요인이다. 아무리 뛰어난 경기력이라고 할지라도 그 모습을 지켜봐주는 팬이 없다면 존재의 이유가 크게 떨어진다.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은 프로축구 K리그는 승강제 도입 원년의 의미를 살려 1부리그 K리그 클래식과 2부리그 K리그 챌린지의 맞대결하는 형식으로 하는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3’을 개최했다.
1991년 첫 경기를 시작으로 19번의 올스타전을 치르는 동안 단순히 두 팀으로 나뉘어 경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2008년과 2009년에는 일본 J리그 올스타와 격돌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2010년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호 FC바르셀로나를 초청해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지켜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2011년에는 승부조작의 여파로 올스타전이 열리지 않았지만 2012년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달성 10주년을 기념해 당시 한국 축구의 영웅들과 2012년 K리그 올스타가 격돌하는 시간도 만들었다.
◈텅 빈 경기장, 설자리 잃은 K리그 선수
결과적으로 올해 K리그 올스타전은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6만6000여석의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불과 1만1148명이 입장해 관중석의 대부분이 비었다. 지금까지 올스타전의 평균관중인 3만5000여명에 비해 초라한 수치다. 경기에 앞서 인사를 온 박지성(퀸스 파크 레인저스)도 예상외로 적은 관중에 놀라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한껏 달아오른 축구에 대한 관심과 한여름 무더위를 멋진 축구선수들의 모습으로 떨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리란 것이 애초의 기대였다. 그러나 ‘불금’을 축구장에서 즐기라는 목소리는 결국 허공에 맴돌았다.
물론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점도 있다. 얼마 전 축구대표팀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확정했지만 경기력이 부진했다는 점에서 축구팬들의 실망이 컸다. 더욱이 주말이 아닌 평일인데다 김연아 아이스쇼 등 다른 스포츠 이벤트까지 겹치면서 팬이 분산된 영향도 있다. 학생 신분의 축구팬들은 시험준비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윤석영(퀸스파크레인저스) 등 해외파 선수들의 출전도 K리그 올스타전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들이 K리그를 거쳐 유럽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을 부른 것 자체가 K리그가 자체적인 노력으로는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시인한 꼴이 됐다.
해외파의 출전으로 관심이 덜한 K리그 챌린지 선수들이 기량을 선보일 기회를 빼앗긴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심지어 구자철은 기자단이 선정하는 대회 MVP까지 수상해 K리그 올스타전의 ‘손님’이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객전도의 상황까지 펼쳐졌다.
◈위기의 K리그, 이미 답은 갖고 있다K리그는 스스로 올스타전을 대신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올 시즌 휴식기 동안 일부 팀들이 비연고 지역을 찾아가 벌인 자선경기가 바로 그것이다. 서산과 안성, 평택, 안동까지 평소 프로축구를 즐기기 어려웠던 지역에서 4경기가 열렸고, 4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각 팀은 주전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을 뿐 아니라 팬사인회도 열려 자선경기의 의미를 더했다. 또 수익금 전액과 기부금은 해당지역의 체육발전과 소외된 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됐다. 평소 K리그를 접하기 힘든 지역에서 열리는 자선경기는 과거 전국을 하나로 묶었던 한국 축구가 바라는 인기 부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