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윤성호 기자)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결국 강제 구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전 차관이 네 차례에 걸쳐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18일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에 따르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김 전 차관에 대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체포 영장을 신청하기로 하고 이날 변호인 측에 의사를 전달했다.
특수강간은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죄를 범했을 때 적용되며 고소가 없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병원에 입원한 뒤 기간을 연장해 소환을 네 차례나 거부하자, 병원 방문 조사 일정을 변호인 측과 조율하다가 돌연 방침을 바꿨다.
김 전 차관 측은 이에 반발, 이날 곧바로 변호인의견서를 경찰청에 제출했다.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이 의견서에는 특수강간 혐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담겨 있다.
변호인 측은 김 전 차관이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윤중천(52) 회장과 함께 범행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의견서에 "흉기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부분은 가능성 자체가 배제된다"면서 "또 윤 회장과 합동범으로 처벌을 받을 정도로 실행 행위를 분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에 따라 친고죄인 준강간이나 준강죄추행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변호인 측은 이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변호인 측은 "이 사건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간)이 아니라 형법상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행 형사소송법 203조에 따르면 친고죄인 준강간이나 준강제추행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내에 고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공소권이 없다는 것.
논란의 핵심인 별장 성접대 사건은 최소 6개월 이전에 있던 일이어서, 고소가 있다 해도 '공소권 없음'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변호인 측은 "경찰이 동영상 혐의나 뇌물 혐의에 대해 수사하다 벽에 부딪히자 무리하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하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지난달 29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모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하기로 하면서, 석 달째를 맞는 성접대 의혹 수사도 본격적인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특히 경찰의 강제 구인 방침에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