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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1톤짜리 트럭 신형 모델에서 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결함이 발견됐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이를 인지하고도 일부 수리하다 발견됐을 때만 A/S를 제공하는등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명과 직결된 부분인만큼 자발적 리콜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례#1) 전진 하려 했는데 급 ''후진''
자영업자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구입한 현대자동차의 1톤 트럭 포터 신형 모델을 운전하던 중 차량이 제멋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통상 수동인 포터를 운행할 때 후진을 하다가 전진을 하려면 기어를 R(후진)->중립->1단으로 변경해야 한다. 소위 ''''중립에서 기어를 한 차례 풀고'''' 전진 기어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A씨가 후진에서 전진으로 변속레버의 위치를 변경했을 때, 차량이 앞으로 가기는커녕 뒤로 확 가버렸다. 기어가 R에서 중립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그대로 R에 머물면서 생긴 문제였다.
A씨는 ''''정말 많이 놀랬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당한 일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20~30cm 차이로 사고가 나는 주차공간이었다면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아찔했던 당시 심경을 전했다. A씨는 현대차 서비스센터에서 무상 A/S를 받았다.
사례 #2) 꼼짝 않는 레버가 ''골치''
같은 모델을 모는 B씨도 지난해 말, 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
당시 4,000km 가량 밖에 몰지 않았던 트럭을 운행할 때, 수동 기어봉(변속레버)을 중립에 놓았는데도 기어가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는 불편을 겪었다.
한 차례 수리를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증상이 나타나 또 한 차례 수리를 받아야 했다.
B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 ''''수동 기어봉이 중립 시 원위치가 되지 않아 수리를 받았는데 (이후)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또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어떻게 조치하는 게 좋겠느냐''''고 상담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 수리 과정에서 ''부싱''이라는 링모양 부품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원가 절감 차원이 아니겠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현대차 서비스센터 "지금은 신고된 것만 A/S"결국 변속레버 혹은 변속기의 문제라는 것인데, 현대자동차 측은 이미 일부 인지하고 있던 사안이라는 반응이다. 문제가 생길 때에만 ''''쉬쉬''''하며 조금씩 A/S를 해주고 있었던 셈이다.
한 현대자동차서비스센터 관계자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키를 좌우로 움직여주기 위한 셀렉터 레버라는 기계장치를 교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후진이 중립 부분의 문제로 원활히 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저희가 여러대 이런 문제로 수리를 해드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지침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삼간 채 "비공식적으로 부품 교환을 하거나 그리스라는 윤활제를 넣어주는 것으로 무상 A/S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작년 모델이 예전 모델과 달라져서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하면 윤활작용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무상 A/S를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 본사 "일부 사례는 파악...조사해 봐야" 현대자동차 측은 현재 수동 기어봉의 문제는 ''부싱''이라는 링 부품에 이물질이나 수분이 유입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이미 관련 사례들까지 접수받은 상태다.
2012년에 출시된 포터 신형은 지난달 현재까지 수동·오토 합쳐서 총 12만 5,000대가 팔려 나갔다.
그러나 위의 사례들과 관련해 정확한 집계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현대차는 해당 문제를 ''크지 않은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전후진 과정에서 기어 변경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서 관련 사례를 접수하지 못했다"며 "수동 기어봉의 문제와 전후진 기어 변경의 문제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단발성 불량 여부를 조사한 뒤 사실로 밝혀지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리콜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객이 인지하기 어려운 다발적 발생사안이면 리콜을 하지만 크게 위험하지 않거나 하면 사전점검이나 서비스점검 선으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 "현대차, 자발적 리콜해야"그러나 전문가들은 전후진, 수동 기어봉의 문제에 대해 "변속기는 일부 부품 하나가 아닌 유기적 문제일 수 있다"며 철저한 재검토를 주문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차량의 구조적 문제인 만큼 변속기 설계나 부품 조립 과정, 불량품 여부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어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다는 것은 크게 볼 때 같은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단순 부품 교환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리콜을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국들이 하고 있는 자발적 리콜에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신차 값에 이미 리콜 값은 포함돼 있다"며 자발적 리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대차 측의 해명에 대해서는 "불과 1,2년 쓴 상태에서 이물질로 고장이 난다면 말도 안되는 논리"라며 "후진을 하다 전진을 하는 것은 죽다 살아난 것인데 본인들 목숨이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리콜 대상이 되는 안전기준에 나온 상황은 아니지만, 결함 내용이 운전자의 안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 리콜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기어를 후진 기어에서 1단으로 변속을 했는데 후진을 한 것이라면 충분히 리콜 사유가 된다. 전문가들이 확인을 해서 리콜사안이라면 당연히 리콜을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과 의약품, 자동차 등 10여개 분야에서 859건의 리콜 조치가 취해졌다.
이 가운데 리콜명령이 546건으로 전년 대비 17.5% 늘고 리콜권고가 124건으로 17.5% 증가한 데 반해 업체의 자진 리콜은 189건으로 3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