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처리
경상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기습 처리한 것과 관련해 야권과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경상남도의회는 11일 오후 2시 15분 임시회를 열고 야권의원들의 강력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진주의료원 해산을 담은 ''경상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새누리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 새누리당 의원들, 조례안 ''기습 처리''야권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는 이날 임시회가 열리기 직전 본회의장 입구를 가로 막았지만, 다수인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저지선을 뚫고 들어갔다.
의장석을 순식간에 점거한 새누리당 도의원들과 의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둘러싸인 김오영 의장은 무선 마이크를 이용해 조례안을 상정했고, 원안에 동의하냐고 물은 뒤 그대로 조례안 통과를 선포했다.
IMG0]질의와 토론 등의 절차는 모두 생략했고 여야 의원들은 서로 뒤엉켜 극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야권 의원들은 "반대한다. 원천무효다. 이의가 있다"며 울부짖으며 고함을 쳤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가로막혀 어떤 제지도 하지 못했다. 이 모든 상황은 10분 만에 모두 끝이 났다.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새누리당 중앙당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처리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변수가 있었지만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강행 처리를 선택했다.
이와 관련해 경상남도는 " 법률적 절차가 마무리 됐다"며 "더 이상의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정장수 경남도 공보특보는 11일 논평을 통해 "진주의료원은 곪을 대로 곪아서 이미 백약이 무효한 치유불능의 상태"라며 "더 이상 도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다는 것은 도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정 특보는 "폐업과 근로관계 청산 등의 행정적인 절차가 이미 마무리 됐고 이날 조례 통과에 따라 법률적 절차도 마무리 됐다"며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으로 소모적 논쟁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일체의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특보는 "이제 진주의료원 해산 이후 경남의 서민의료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야권 "날치기 통과 원천 무효"..노조, "복지부에 재의 요청"야권 의원들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기습 처리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석영철 민주개혁연대 공동대표는 "조례안 상정때부터 반대한다고 계속 외쳤는데도 불구하고 김오영 의장은 조례안을 그대로 통과시켰고 특히 누가 찬성을 했는지 찬성의원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원천무효이고 법적 투쟁 반드시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홍준표 지사와 새누리당 의원들은 도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스스로 그 직에서 물러나길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민의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한 대도민, 대국민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도 논평을 내고 "수수방관한 박근혜 정부와 뒷북치고 명분쌓기 바쁜 새누리당, 홍 지사의 무소불위 횡포가 낳은 독재적 ''살인''이며, 잔인한 대도민 사기극이다"고 비판했다.
노조반발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지현 위원장은 해산 조례안의 기습 통과 소식을 듣고, "기가 막히고 억울한 일이다. 중앙당의 권고를 무시하고, 개회하자 마자, 의장석을 점거해서 조례를 날치기로 강행 통과시켰다"고 분노했다.
유 위원장은 "강제 퇴원당해서 다른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진주의료원이 열리기를 바라는 많은 도민들이 있다"며 "이 분들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재의요구를 해야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 권한을 갖고 있는 복지부장관이 당연히 재의요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투표를 통해 진주의료원 폐업이 잘못된 결정이고, 폭정이라는 것을 알리는 투쟁을 진행해 나가는 한편, 국정조사 과정에서 홍준표 도지사를 증인으로 출석해서 진주의료원이 폐업하는 과정이 얼마나 부당했는지를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진주의료원은 아직 죽지 않았다"며 "진주의료원 조례를 새로 제정하는 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 국정조사에 어떤 영향…향후 전망은?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진주의료원은 별다른 문제가 없는 이상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조례가 법령을 위반했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하면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재의가 없으면 조례는 공포되고 경남도는 의료원 해산 절차에 들어간다.
경남도는 기존 병원 시설로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산 조례안이 처리되면서 국회 국정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주의료원 존립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날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를 비롯한 증인채택 문제 등을 놓고 이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정조사 특위가 구성돼 가동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또 내년 지방선거에 진주의료원 재개설이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여 선거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위한 주민투표운동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등은 지난 10일 ''진주의료원 폐업철회와 공공의료 보장을 위한 주민투표 추진운동본부''를 발족했다. 경남지역 유권자 260만여 명의 5%인 13만 1,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