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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 모아 ''배달의 기수''로 우뚝 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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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각종 오프라인 서비스들이 모바일화되고 있다.

길거리와 전봇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단지도 예외가 아니다.

''우아한형제들''은 21세기에 걸맞은 모바일 배달사업으로 우뚝 선 스타트업(신규 창업 기업) 회사다.

기존 배달 마케팅에 새로운 가치를 입혀 주목을 받고 있다.

김봉진(38)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거리를 걸을 때면 바닥부터 살핀다.

행여 떨어진 전단지가 없는지 눈에 불을 켜고서다.

누군가에는 쓸모없는 전단지가 그에게는 보물과도 같다.

그는 사이버 전단지 콘셉트의 새로운 배달문화로 성공 신화를 쓴 인물이다.

600만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탄생시킨 주인공으로 지난해 ''대한민국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과 ''지식경제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앱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주변에서 난리일까. 회사측에 물어보니 "등록된 업체들의 주문건수가 월 200만 건에 이른다"며 "치킨의 경우 월 70만 마리 이상 거래된다"고 했다.

■ 화가가 꿈이었던 섬마을 소년

김봉진 대표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이다.

두 살 때 광주광역시로, 초등학교 때 다시 서울로 이사를 왔다.

그는 학창시절 화가가 되는 게 꿈인 평범한 학생이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대에 진학했다.

화가밖에 몰랐던 섬마을 출신 학생은 대학에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처음 접한 뒤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케아(스웨덴계 가구 제조·유통 회사)의 성공 스토리를 접하고선 가구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다.

김 대표는 직장인 8년차가 되자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투자해 창업에 나선다.

첫 창업 아이템은 다름 아닌 수제 디자인가구. 질 높은 자재로 수제가구를 만들어 강남 대치동 일대에서 판매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단순히 예쁘게 만들면 사람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

전세 자금까지 몽땅 날리고 빚까지 졌다.

게다가 4살배기 딸까지 있었던 상황.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했던 그는 추천을 받아 네이버에 입사했다.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

이 무렵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그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 병행됐다.

그는 "실패를 인정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나의 창업 사실을 알고 있는 옛 동료, 선후배들에게 실패를 보여준다는 것이 정말 괴로웠죠. 하지만 가족이 있었고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빚을 갚아야 했어요"라며 당시 힘들었던 심정을 털어놨다.

■ 스마트폰에서 새 영감을 얻다

첫 창업 실패는 김 대표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 전환점이 됐다.

결정적인 계기는 남들 보다 먼저 사용해본 ''스마트폰''이었다.

그는 스마트폰의 본질을 똑똑한 전화기로 규정하고 전화번호부 등에 있는 전화번호를 한데 모아서 사람들이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구상을 하지만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모든 전화번호를 모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 중에 가장 쉽고 빈번하게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중국집, 치킨집 같은 배달음식을 떠올리고 창업에 착수한다.

배달의민족의 탄생 배경이다.

"전국에 있는 전화번호를 다 모을 수 없다면 중국집과 같은 배달업소의 번호만 모으자고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네이버, 114보다 더 많은 13만 개의 배달업소 전화번호를 모을 수 있었죠. 그렇게 대한민국 1등이 됐어요." 배달의민족의 핵심은 전단지다.

이들 정보를 모바일용으로 체계화해 사람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는 요즘도 전단지를 줍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닌다.

사업 초기엔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전단지에 꽂혀 살다보니 이 세계를 꿰뚫는 통찰력도 생겼다.

"전단지를 주우러 다니면서 촌스러울 뿐더러 보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디자인됐다는 것을 느꼈어요. 수많은 업주들이 뿌려지기도 전에 버려지는 전단지를 찍어내느라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았죠.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면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기 일주일 전이었어요. 저희 직원들이 벤처캐피탈 인근을 돌며 전단지를 몽땅 수거해 우리 서비스에 심었죠. 그랬더니 벤처캐피탈 담당자들이 완벽하리만큼 정보가 많다면서 굉장히 놀라워하시더라고요. 사업 초창기였고 전국의 정보가 많을 때도 아니었는데 그 때 투자를 받은 덕분에 지금은 전국의 업소 정보들이 차곡차곡 쌓여갈 수 있게 됐죠."

■ 스마트폰 앱 시장 계속 커진다

지난 2009년 말 ''아이폰3GS''의 국내 출시로 대중적인 관심을 얻은 스마트폰은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대변환을 이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수는 이미 3000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 명으로 가정하면 10명 중 6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앱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폰은 10~30대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사용자 연령층을 넓히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트온을 써 본적 없는 40~50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고 고스톱 게임밖에 몰랐던 전국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애니팡에 중독됐죠. 이들의 특징이라면 PC를 건너뛰고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세대들이란 점인데요.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에요. PC라면 여전히 켜고 끄는 것 밖에 못하는 중년의 사장님들이 이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받고 사용자 후기를 관리하게 됐죠. 이런 움직임을 고려할 때 앞으로 앱 시장은 더욱 크게 열릴 것으로 보고 있어요." 김 대표는 앱 비즈니스 관련자들 사이에서 스타일 좋기로 유명하다.

빡빡 깎은 머리에 남성다움을 강조한 턱수염은 예술가적 기질을 느끼게 한다.

그가 이런 스타일을 고집하게 된 것은 전략적인 측면이 크다.

디자이너로서의 전문성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목적이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되고 대기업 간부급 고객들 앞에서 PT(프레젠테이션)를 해야 할 일이 많았어요. 체구도 작고 나이도 어린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좀 더 디자인을 잘 하는 사람으로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죠. 찾아보니 유명한 디자이너들은 빡빡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수염을 기르고 있더라고요. 이런 이유로 20대 후반부터 시도했던 스타일이 지금의 스타일이 됐어요. 실제 머리를 빡빡 밀고 안경을 쓰고 수염을 기르자 고객사들은 저 사람 딱 봐도 디자인 잘 하게 생겼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때부턴 경쟁 PT를 하면 90% 정도는 수주했던 것 같아요." 끝으로 회사명인 ''우아한형제들''의 뜻을 묻자 "서비스 브랜드와 어울리는 말랑한 뜻을 가졌다"고 했다.

"회사 이름은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만들고 난 이후 정했어요. 전단지가 무한도전의 유재석 같을 순 없잖아요. 박명수처럼 뭔가 어설프지만 친근한 동네 바보형 같은 그래서 자꾸 보다보면 정들고 마니아가 생긴다는 뜻이에요. 또 실제 형제가 공동창업을 하기도 했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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