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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임기 1년을 남겨놓은 지난 2011년 말, "2012년 만 5세를 시작으로 2013년부터는 만 3~5세까지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름하여 ''누리과정''이었다.
보편적 복지의 폐해를 주장하며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보수 정권이 매년 3조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한 무상보육 카드를 들고 나온 것.
무상급식 대결에서 패해 궁지에 몰렸던 당시 여권의 최종병기가 된 누리과정은 결국 2012년 총선 대승과 후계 정권인 박근혜 정부 출범의 발판이 됐다.
그런데 이 누리과정이 시행 반년도 안 돼 예산 부족 때문에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재정 부담은 일선 지자체와 교육청에 모두 떠넘겼기 때문이다.
CBS 노컷뉴스는 MB표 무상보육 정책인 ''누리과정''의 현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 |
①MB표 무상보육 ''누리과정''…중도 표류 위기 ②MB표 ''누리과정'' vs 김상곤 표 ''무상급식'' |
경기도 수원의 김승민(35) 씨는 3세와 4세 남매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아이 한 명당 매달 22만 원씩의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김 씨는 정부에서 지원받는 44만 원을 제외하고 종일반 비용 33만원(1인 당 16만5,000 원)을 추가로 내고 있다.
정부 지원이 중단될 경우 본인 월 급여의 절반에 가까운 77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
김 씨는 "44만 원은 굉장히 큰 돈이라 지원이 안 된다면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할 것 같다"며 "얼마 전에 (누리과정)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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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과정 5천억원 부족…하반기엔 중단 위기이명박 정부가 임기 1년을 남겨 놓고 전격 시행한 무상보육 ''''누리과정''''이 시행 반 년도 안 돼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은 모두 2조6,148억여 원이지만 5월 현재 확보된 예산은 2조513억여 원으로 5,635억여 원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어린이집 3~4세까지 누리과정을 전면 확대하면서 유아학비의 35%만을 국고로 보조해 줄 뿐, 나머지는 지방교육재정으로 감당하게 해 시·도마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예산 가운데 6개월치인 2,319억 원을 편성했으며, 경기도교육청은 추경 포함 6,183억 원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9월이면 바닥이 난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강원도교육청을 제외하고 누리과정 재원을 100% 확보한 시·도 교육청은 단 한 곳도 없다.
김현국 경기도교육청 정책기획관은 "결국은 초·중·고등학생들에게 가야할 교육재정을 덜어내서 편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처럼 재원 마련이 어려운 이유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재정 부담은 교육청과 지자체로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선 교육청들은 누리과정에 많은 예산을 돌리다보니, 학교시설개선 등 다른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또 누리과정 재정 중 3~4세 유아학비의 17.5%를 부담해야 할 기초자치단체들의 사정은 더 안 좋다. 벌써부터 사업 예산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와 김포시는 지난달 각각 3억8,000만 원과 2억2,000만 원을 지역 어린이집에 지원하지 못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성남, 용인, 안산, 화성, 군포, 광주, 오산, 남양주, 이천 등 9개 시·군에서도 보육교사 처우개선비와 운영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누리과정 사업비…정부 "다 줬다" vs 교육청 "한 푼도 안줬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누리과정으로 늘어난 재원만큼 이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증액해서 일선 교육청으로 내려보냈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전국의 일선 교육청으로 내려보낸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은 41조 619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조6,147억 원이 늘었다.
하지만 일선 교육청들은 증가분은 국가 총예산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증가한 것에 불가할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012년에는 전년 대비 3조1,641억 원이 늘었으며, 2011년에는 2조9,852억 원이 전년보다 많이 교부됐다는 것이다.
결국 MB표 무상보육 정책인 ''''누리과정''''은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재정 부담은 초·중·고등학생들이 떠안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