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22일(현지시간) 현행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현행 통화정책은 (경제에) 상당한 이익이 되고 있다"면서 최근 자동차 판매, 주택매매, 가계소득 등의 경제지표 개선을 예로 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연준의 양대 정책목표인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측면에서도 양적완화 정책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최근 고용시장이 일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높은 실업률과 불완전고용은 여전히 문제"라면서 "이로 인해 젊은이들이 기술과 경험을 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3월까지 12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준의 물가 목표치의 절반인 1%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실업률이 6.5%를 밑돌거나 연간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 경우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당장은 정책 재검토가 불필요하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서 경기부양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규모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통한 양적완화(QE) 정책과 초저금리 기조가 적절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실제로 버냉키 의장은 "조기에 긴축 통화정책을 구사한다면 일시적으로 금리가 오를 수 있겠지만 이는 경기회복의 속도를 늦추거나 회복세를 중단시키는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행 통화정책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은 다만 경제상황에 따라 채권매입 규모를 줄이거나 늘이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혀 경기회복세와 물가압력 등의 변수를 주시하면서 양적완화의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노동시장 상황이 본격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개선된다면 채권매입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면서 "경제지표에 따라 매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회복세가 지속되고 지속가능하다는 확신이 든다면 앞으로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매입 속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그는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악재는 다소 사그라졌으나 재정적자 감축이라는 대내 악재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양적완화의 속도조절은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3~4개월간 경제가 재정 문제를 얼마나 잘 헤쳐나가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지금 결정을 내리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연준이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간 열린 정례회의에서 ''상당수 위원''이 현행 매달 850억달러 상당의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상황이 지속적으로 탄력을 받고 성장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이르면 내달부터라도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버냉키 의장의 이날 의회 발언과는 상충되는 것이어서 향후 연준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