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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신고가 되는 바람에 무려 52년간 사망 신분으로 살아온 70대 남성이 부산변호사회의 도움으로 자신의 신분을 되찾게 됐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이모(72)씨가 1961년 사망한 것으로 기록된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이씨의 사망사유를 말소하고 생존자로 등록시켰다고 10일 밝혔다.
이씨가 52년 만에 자신의 신분을 찾게 된 것은 부산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소속 윤재철 변호사의 도움 덕분이다.
이씨가 스무 살 되던 해 이씨의 모친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씨가 숨졌다고 사망 신고를 했다.
하루아침에 신분이 없어진 이씨는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일용직 노동일을 하는 등 입에 풀칠할 정도의 가난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결국, 이씨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 절도를 일삼았고, 20여 차례나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평생 ''사망자'' 신분으로 살아왔다.
자신의 신분을 되찾고 싶은 마음을 굴뚝같았지만, 절차가 복잡해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이를 해결해줄 변호사를 고용할 돈도 없었다.
그러던 지난해 윤재철 변호사는 부산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이씨의 국선변호사로부터 사연을 듣게 됐다.
이씨와의 접견을 통해 딱한 인생사를 듣게 된 윤 변호사는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사망자로 된 기록을 지우고 다시 이씨의 신분을 살리기 위해 부산가정법원에 등록부 정정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구치소에서 우연히 만난 이씨의 동생과 유전자검사를 의뢰하는 등 관할 구청과 교정시설 등을 1년 넘게 뛰어다녔다.
결국 윤 변호사는 지난 3월 말 법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을 허가한다는 결정문을 받았고, 이씨의 동생을 통해 발급받은 가족관계증명서에서 이씨의 신분이 회복된 것도 확인했다.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는 오는 9월 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변호사는 "이씨가 뒤늦게라도 신분을 찾을 수 있도록 부산변호사회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변호사회 인권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52년 만에 자신의 신분이 회복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씨는 윤 변호사에게 편지를 보내 "신분 없이 죽은 사람인 양 평생을 살아왔는데, 드디어 ''산 사람''이 됐다"며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