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1세대 대표 SNS로 싸이월드, 2세대 SNS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꼽는다. 최근 ''3세대'' SNS 자리에는 핀터레스트로 대표되는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며 급부상하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날로 진화하는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의 가능성과 미래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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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요즘 출근길에 항상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자료들을 보기 위해서다.
뉴스피드에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 ''어머! 이건 봐야 돼'' 등 페이지 관리자들이 올린 여러 동영상과 사진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후회하지 않는단다. 실수가 없었다면, 깨달음도 없었을테니까''. ''영화공장'' 운영자가 올려준 영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의 명대사를 보며 A씨는 출근길에 지친 마음을 달랜다.
많게는 7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이런 페이지들. 유머·영화·스포츠 등 주제도 각양각색이다.
''영화공장'', ''어머! 이건 봐야 돼'', ''그루터기 디자인'', ''어디까지 가봤니?'''' 등 페이지 4개를 운영 중인 김창섭씨(25)는 ''''영화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지만 그간 관련 페이지가 없어서 ''''영화공장''''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특히 사랑이나 이별 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올렸을 때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페이지 이용자들은 이제 구지 콘텐츠를 찾으러 다니지 않는다. 페이지 운영자들이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자료를 ''큐레이션'' 해주기 때문이다.
◆ 급증하는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소셜 큐레이션 서비스(Social Curation Service)''''는 원하는 정보만 골라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말한다. 미술관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박물관 등지에서 작품 수집, 전시 기획자)''''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서비스에서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패션만, 야구에 관심이 있다면 야구에 관한 정보만 집중해서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내용만 받아보고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을 뜻하는 마케팅 용어 ''''버티컬''''을 따서 ''''버티컬 SNS''''라고도 불린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텍스트 중심이고 이미지는 부차적인 것이었다면,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에는 사진이 전면에 나서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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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이미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등의 서비스가 활발히 운영 중이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의 원조격인 핀터레스트는 ''''핀(pin)''''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여러 가지로 분류되어 있는 콘텐츠 중 자신의 관심사만 따로 간단히 수집할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컴플리트에 따르면 핀터레스트는 지난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방문자 수가 2011년 1천만명을 넘어서더니 2012년에는 2천 50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에도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내 서비스로는 CJ가 만든 ''''인터레스트미(interest.me)''''가 있다. CJ 자체 발표에 따르면 2012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해 4개월 만에 월간 순방문자 수 894만 명, 페이지뷰 7911만 명을 기록했다. 인터레스트 미는 현재 슈퍼스타K 등 CJ 자체 콘텐츠를 대폭 활용하고 있다.
CJ는 케이블채널 tvN(http://tvn.interest.me), tv프로그램 SNL코리아(http://snl.interest.me) 등의 홈페이지 주소까지 바꾸면서 전사적으로 서비스 홍보에 나서고 있다.
◆ 기업홍보, 정치, 미디어 등 다양한 활용 영역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황일권 이사는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가 나온 이유는 너무 많은 정보 때문이다''''고 전했다. 현대인들이 하루에 접하는 정보량은 19세기 사람들이 일생동안 정보량보다 많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 많은 정보 속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이 중요해진 이유다.
황 이사는 ''''노하우(Know-how)보다 노웨어(Know-where),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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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의 다양한 활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홍보 사례로 이스라엘 생리대회사 ''''코텍스''''를 꼽는다. 코텍스는 디자이너가 만든 물건 50개를 상품으로 걸고 핀터레스트에서 홍보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가 끝난 뒤 코텍스의 핀터레스트 페이지 분석 결과, 코텍스에 대한 정보가 선물을 받은 50명 중심으로 전세계 70만명에게 도달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선거캠프가 그의 일생, 선거운동행보, 정책 등으로 분류된 핀터레스트 보드를 선거운동에 활용한 적이 있다.
해외언론들 일부는 자신들의 기사를 정치, 사회, 문화 등 섹션별로 구분, 원하는 뉴스만 받아볼 수 있게끔 핀터레스트를 활용하고 있다.
황일권 이사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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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까지는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가 ''쇼핑''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기 때문에 관련 상품 판매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디슨리서치에 따르면 핀터레스트 이용자의 70%가 여성이고, 36%가 서비스 이용 이유로 쇼핑을 선택했다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게다가 28.1%가 연소득 1억원 이상의 이용자들로, 구매의사와 구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용자들이 많았다.
황일권 이사는 ''''앞으로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상거래 시스템을 갖추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미 핀터레스트에는 특정 상품의 가격을 표시해주는 ''기프트(gift)'' 메뉴가 있는데다 최근 ''''핀터레스트 포 비즈니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업들을 위한 서비스를 따로 제공한 것이다.
네이버 패션분야 큐레이션 서비스인 ''''워너비''''에는 60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인터레스트미는 시작부터 ''''쇼핑''''을 표방했다. 업계는 이들이 향후 단순히 정보가 모이는 곳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수익창출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 3세대 SNS?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다''''는 지적도우리나라에서는 흔히 1세대 대표 SNS로 싸이월드, 2세대 SNS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꼽는다. 두 서비스는 폐쇄성과 개방성이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핀터레스트로 대표되는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를 ''''3세대 SNS''''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방성 때문에 페이스북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의 눈을 의식해야 하고, 정보가 난잡하게 올라오는 뉴스피드 때문에 사람들은 지쳤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넓은 관계를 포기하고 다시 폐쇄적으로 모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소셜 큐레이션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구심점은 ''''관심사''''이고 소통하는 도구는 ''''이미지''''다.
기존에도 원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하려는 노력은 항상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검색엔진으로, 블로그로 형태가 변화한 것이지, 신뢰도 높고 유익한 콘텐츠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욕망은 항상 있었다는 것.
한양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센터장 손동영 교수는 ''''소셜 큐레이션이 새로운 시도인 것은 맞지만, 기존 플랫폼이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공간 안에서는 대학생의 질문에 초등학생이 답변할 수 있다. 정보를 잘 모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런 노력들이 좀 더 심화된 형태로 나타났다는 게 손 교수의 지적이다.
◆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를 더 잘 이용하려면… ''''인간관계를 먼저 생각해야''''저작권은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다. 핀터레스트는 사진공유 사이트 플리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등과 제휴를 맺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핀터레스트 내에서 이용자들이 저작권에 대한 걱정없이 자료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터레스트미에서는 아직까지 CJ자체 콘텐츠가 주로 소비되고 있다.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저작권 문제가 도마 위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저작권 문제는 ''원본에 대한 이해부족''과도 이어진다. 정보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에 ''''큐레이터''''가 들어오면서, 소비자는 제작자가 어떤 맥락으로 정보를 생산했는지, 정보가 어떤 경로를 거쳐 왔는지에 대한 고민을 덜하게 된다는 것이다.
손동영 교수는 ''''정보를 찾아내고 조합하는 능력이 각광받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이것에만 집중하다보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의욕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셜 큐레이션 이용자들은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다. 하지만 확립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일방적으로 편집된 정보에 휩쓸리기 쉽다.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차단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레스트미 이용자 이창희씨(28)는 ''''평소 드라마를 좋아해 드라마 관련 자료만 받아본다. 인터레스트미에 체류시간이 길어도 다른 분야는 거의 안 가게 된다''''고 전했다.SNS는 근본적으로 사람 간의 관계 위에서 작동된다.
송 교수는 ''''아는 사람에게 속으면 부정적인 마음이 더 커질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이 나와도 바탕에 있는 인간관계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일권 이사도 ''''강연에 나가면 꼭 하는 말이 있다. 기술만 쫓으려 하다보면 ''''100% 망한다''''는 말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