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비롯한 이산가족상봉과 인도적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한과 당국 간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세종연구소에서 발간한 ''정세와 정책'' 5월호에 게재한 ''김정은 체제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 노선 평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개성공단 문제는 먼저 근로자들을 철수시킨 북한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북한 근로자들을 공장에 복귀시키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국정부가 계속 팔짱을 끼고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장관급회담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회담은 다음 주 중에 서울이나 평양 또는 개성에서 하루 일정으로 만나는 형식으로 개최하면 될 것"이라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4월 말로 끝났기 때문에 한국정부에서 만약 이 같은 통일장관회담을 제안한다면 북한이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만약 북한이 통일장관회담을 거부한다면 비난의 화살이 북한을 향하게 될 것이고 한국정부로서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한 셈이 되므로 북한에 대해 도덕적 우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남북한 당국 간에 협력이 이뤄지면 2002년에 이어 제2의 북한 경제시찰단 방한과 한국 경제시찰단의 방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남북한 협력이 진행된다고 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정부는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해 무엇보다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도록 꾸준하게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과연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일부 핵전문가의 주장처럼 북한이 적어도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400∼1천300㎞의 노동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재래식 전투력보다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1~2일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한국의 안보전략도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북한은 지난해 기존의 ''미사일지도국''을 ''전략로케트사령부''로 개편하고, 공군사령부를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부''로 개편하는 등 미사일 전력과 공군력을 대폭 강화했다"며 "한국 정부도 미사일 전력과 공군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채택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 노선''은 1962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제4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일성이 제시한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병진 노선''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김정은 제1비서는 김 주석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기억과 향수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기 때문에 과연 핵개발과 경제발전이 양립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에게 핵무기에 기초한 확고한 안보와 ''사회주의 부귀영화''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