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
외교안문제에 관한 한 원보이스(한목소리-one voice)를 강조하던 청와대와 정부가 연일 이른바 ''삑사리''를 내고 있다.
핵, 미사일, 개성공단 등 안보 관련 주요 현안이 한꺼번에 제기된 요며칠 사이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도 모자랄 판이지만 닷새만에 세차례나 대북 메시지에 혼선이 빚어졌다.
첫번째 혼선은 지난 11일 벌어졌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예정에 없던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문제를 대화로 풀자고 제안했다.
류길재 장관을 포함한 통일부와 청와대는 이 성명이 북한에 대한 제의로 읽혀지자 새로운 게 없다며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하지만 이날 여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강조하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통일부 장관의 성명도 나온 것이라고 말하자 분위기가 급반전돼 불과 몇 시간 전에 했던 자신들의 얘기를 스스로 뒤집어야 했다.
14일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우리측의 대화제의에 대해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은 남한이 내외여론을 오도하며 대결적 정체를 가리우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사실상 거부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반응을 대화 제의 거부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고 청와대도 "의도와 배경을 분석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청와대와 통일부의 신중론은 몇 시간 뒤에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는 말로 바뀌었다. 북한의 성명을 대화 거부로 보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결과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12일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북한에) 사과를 하든지, 대화를 하자고 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한다"고 전날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와 어긋난 발언을 했다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청와대 말 따로 정부 발표 따로면 곤란하다.
그럼에도 현정부들어 청와대와 정부 사이에 손발이 안맞고, 정부와 청와대의 공식 발표와 그에 준하는 설명이 수 시간만에 번복되는 상황이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청와대가 그동안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해 북한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지만 정작 내부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대북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이 대통령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의사결정구조가 일방통행식이고, 대통령의 뜻과 의지, 결정된 내용도 관계부처에 분명히 전달이 안되고 있음이 최근의 몇몇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과거정부에서 외교안보 부처의 차관을 지냈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 장관 회의를 한 차례 열기는 했지만 위기관리를 위한 회의였다"며 "어떻게 관계장관 회의도 없이 대북관련 메시지가 국내외에 나갈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이 주재하는 외교안보관계 장관회의가 열려서 여기서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고, 이 것을 알리는 주체와 형식까지도 논의돼야만 혼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