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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경찰청장에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이 내정되면서 복마전에 가까웠던 반나절 동안의 ''경찰 수장 인사 비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김기용 경찰청장의 거취와 관련해 경질설이 대두되기는 했지만 지난 14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임''쪽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때마침 14일은 경찰대학 29기 졸업식이었다. 졸업식에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해 자연스레 김기용 경찰청장과 조우할 시간도 생겼다.
여기다 14일 예정됐던 경찰청장을 비롯한 외청장 인사가 연기되면서 ''유임설''은 기정사실화 되는 듯 했다.
''졸업식에서 만나 악수까지 했는데 설마 뒷통수를 치겠느냐''는 기류가 강했던 것이다. 14일 저녁까지만 해도 이같은 기류는 지속됐다.
하지만 14일 밤 9시쯤 경찰 정보계통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15일 오전 경찰위원회 소집이 통보되면서 소문만 무성했던 ''경찰청장 교체''가 현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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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 대한 예측도 쏟아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강경량 경기청장과 김용판 서울청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이성한 부산청장이 가세했다는 ''설(說)''이 흘러나왔다.
김용판 서울청장의 경우 대통령과 동향인데다 주폭척결 등으로 추진력을 인정받았지만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발목을 잡았고 이성한 부산청장은 참여정부 시절 치안비서관을 역임한 것이 걸림돌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호남출신에다 경찰대학 1기 출신인 강경량 경기청장이 유력하다는 기사도 나왔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꽃가마의 주인공은 이성한 부산청장이었다. 인사에 정통한 모 관계자는 이성한 청장의 경우 부산지역 친박 실세들과 ROTC가 똘똘 뭉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간부후보로 입경한 이성한 부산청장은 ROTC 17기이다.
ROTC는 지난 1963년 1기생 2,642명이 소위로 임관한 후 향후 50년간 장교 16만여명을 배출했으며 촘촘한 인적 네트워크는 ROTC의 트레이트 마크처럼 따라다닌다.
이성한 부산청장이 경찰 수장에 내정되면서 경찰대 출신 최초의 경찰총수는 빨라야 2년 뒤에나 기약하게 됐다.
박 대통령의 ''경찰청장 임기보장'' 공약은 이성한 부산청장부터 적용될 공산이 커 역대 어느 치안총수보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측근에게조차 조찬모임에 참석한다고 했던 이성한 부산청장은 15일 오전 예정된 경찰위원회에 후보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이날 새벽녘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서울행 열차에서 취재진의 전화를 받은 이성한 부산청장은 "어젯밤 청와대로부터 내정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