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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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의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응답을 하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거나 ''국무위원으로서 견해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심지어 ''역사적 문제에 대하여 판단을 할 만큼 깊은 공부가 안 되어 있다''며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5.16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쿠데타''로 판결을 했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쿠데타임을 곳곳에서 밝히고 있다. 보수단체들이 만든 교과서에도 5.16은 쿠데타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런데도 법률을 다루는 법무부장관이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학자 출신 등 여러 장관후보자들이 명백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소신껏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는 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이라고 하다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5.16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는데도 장관후보자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소신 있는 답변을 하지못하는 것이다.
일국의 장관 후보자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명백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답변조차 제대로 못한다면 국정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할지는 불을 보듯 뻔 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처럼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장관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고 이는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장관님들, 왜 5.16을 쿠데타라 말하지 못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장관후보자들이 왜 5.16을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요?= 장관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한 내용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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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청문회를 한 류길재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5.16은 쿠데타가 맞느냐"는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의 질문에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조윤선 여성부장관 후보자는 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5.16을 혁명이라고 생각하느냐, 쿠데타라고 생각하느냐"라는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의 질의에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 판단을 할 만큼 깊은 공부가 안 되어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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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열린 청문회에서 "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느냐, 혁명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교과서에 기술된 것을 존중한다. 그 문제에 직답을 못 드리는 이유를 이해해 달라"고 답했으며 국회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서 후보자는 답변을 피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27일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5.16 쿠데타에 대해 "역사적, 정치적으로 다양한 평가가 진행 중이므로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고 2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교과서 편수자료에 그런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정복 장관 후보자 역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5.16 쿠데타에 대한)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정홍원 국무총리는 "(5.16이) 군사정변으로 교과서에 기술돼 있고, 저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 명확하게 답변한 후보자가 없는데 왜 이러는 거냐?= 5.16에 대해서는 이미 법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군사 쿠데타''라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뒷부분에서 다시 설명을 하겠지만 ''군사 쿠데타''라는 사실은 바뀔 수 없는 사안인데도 일국의 장관 후보자들이 소신껏 말하지 못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5.16에 대한 평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인 만큼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해서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법률을 집행하는 법무부 장관이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 장관조차 법률적으로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했고 교과서에 기재된 사실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하는 건 심각한 사안이다.
명색이 일국의 장관인데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한 사안에 대해서도 명확하기 말하지 못할 정도로 대통령의 눈치를 본다면 장관들이 국정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업무를 할 것인지는 명확하다. 대통령의 눈치만 보지 않겠나? 누가 이를 책임정부라고 하고 민주정부라고 할 수 있겠나?
친박계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도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학자로서 당당하게 소신을 펴야지 왜 정의 내리지 못하나"라고 질타할 정도였다.
오늘의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지금 정부조직법이 표류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내각이 구성되지 못하는 심각이 상황이 빚어지는 것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업무 분장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격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체면만 구긴 셈이다. 왜 이랬을까? 케이블SO(케이블 지역방송국)가 새 정부의 출범을 가로막을 만큼 중요하기 때문일까? 방송전문가들은 SO의 영향력이 크긴 하지만 정부 출범을 지체시킬만큼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문제를 누군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데 박근혜 정부의 핵심으로 떠오른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과 관련된 걸 누가 제대로 보고하고 설명하고 할 수 있겠나?
정부조직법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 여당 측 대표들은 ''대통령의 의지''라는 말이 나오면 한 점 한 획도고칠 수 없다고 나오는 상황이나 장관후보자들이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조차 발언하지 못하는 상황이너무도 닮았다.
▶ 박근혜 대통령도 5.16을 헌법을 훼손한 사건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5.16은 헌법을 훼손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야권에서 5.16과 유신, 제2차 인혁당사건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묻자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89년 방송토론회에 출연해 "5.16은 ''구국의 결단''"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뒤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구국의 결단''이라는 견해를 일관되게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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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를 공개적으로 번복했다. 비록 헌법을 훼손했다는 발언이 대선과정에서 마지못해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헌법가치를 훼손했다고 한 것이다.
의미 있는 변화였지만 지금 장관후보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당시 박근혜 후보자의 대국민사과 발표가 진정성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이 5.16에 대한 입장을 묻자 ''쿠데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분명히 한 적이 있다.
대국민사과를 발표하기 한 달여 전의 상황인데 당시 상황을 다시 언급하자면 김태호 후보가 5.16을 쿠데타로 인정하느냐? 라고 물으니까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걸(5.16) 갖고 논쟁을 자꾸 일으켜서 ''이게 쿠데타냐 혁명이냐'' 싸우는 것 자체가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도 역사관에 대해 문제를 삼자 "계속 몇 십 년 된 얘기만 하시는 거예요, 현재는 없어요 두 분한테 현재는 없고, 몇십 년 전 얘기만 계속하시는 거예요……. 참 과거에 묻혀 사시네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장관후보자들로서는 비록 박근혜 대통령이 ''5.16을 헌법가치를 훼손'' 했다는 발언을 했더라도 감히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발언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가 교과서에 군사정변이라고 기술돼 있고 이를 찬성한다고 했는데 장관 후보자들은 총리보다도 못한 답변을 하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 쿠데타와 혁명이 어떻게 다른 거냐?= 혁명이나 쿠데타 모두 비합법 수단으로 지배체제를 뒤집는 행위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혁명(revolution , 革命)은 "기존 사회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이제까지 국가권력을 장악하였던 계층에 대신하여, 피지배계층이 그 권력을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탈취하는 권력교체의 형식"을 말한다.
쿠데타(coup d''Etat)는 동일 체제 내에서 지배자의 교체를 목적으로 하며, 혁명과는 달리 민중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쿠데타라는 말은 ''''국가에 대한 일격 또는 강타''''라는 뜻으로, 은밀하게 계획되어 기습적으로 감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쿠데타와 혁명의 근본적인 차이는 혁명은 촉발 단계에서부터 다수 민중의 동의를 얻어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반면, 쿠데타는 무력을 동원한 소수집단에 의해 은밀하고도 신속하게 치러진다는 점이다.
혁명이냐 쿠데타냐 하는 구분은 발생이나 진행 형태에 따른 것일 뿐, 결과나 추후 평가로 규정하는 가치개념이 아닌 것이다.
5.16은 당시 박정희 소장이 군인들을 이끌고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고 국민의 투표로 뽑은 국회를 강제해산 하고 헌법에 없는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통치기구를 만들어 1961년 5월 16일부터1963년 12월 26일까지 대한민국을 통치했다. 이건 진행 과정으로 봐서 쿠데타인 것이다.
5.16을 군사혁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시 정국이 혼란스러워 그대로 뒀다면 공산화 됐을 것''이라거나, ''무정부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는 등의 가정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역사에서 가정이란 부질없는 일장춘몽과 같은 것이다. 그 가정은 거꾸로 5.16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민주화가 앞당겨 졌을 것이고 선진국에 진입했을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역사에서 ''면''자 3개면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신라가 아니라 고구려가 3국을 통일했다면, 고려가 북진정책을 써서 요동정벌을 했더라면,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하지 않고 요동정벌에 나섰더라면 등등 역사에서의 가정은 의미 없는 일이다.
▶ 왜 5.16을 쿠데타로 부르지 못하는 것이냐?= 사실 이 문제는 어려운 게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가치를 부여하다 보니 끊임없는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5.16은 쿠데타이면서 산업혁명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5.16이 쿠데타 인줄은 알지만그렇다고 쿠데타로만 말하기는 어렵다는 그런 식의 얘기다. 5.16을 쿠데타로 인정하면 그 이후에 벌어진 모든 일이 부정될까봐 그러는 것이다.
역사의 평가는 단순하게 일어난 일 그 자체로 평가하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그 일대로 평가를 하면 되는 것이다. 5.16을 그 자체로만 보고 가치부여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지금 5.16 군사 쿠데타임을 명확히 한다고 해서 5.16 이후에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나 치적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반대로 5.16을 군사혁명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군대를 이끌고 권력을 장악한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은행에서 돈을 훔쳤다. 그런데 그 훔친 돈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고 나라에도 좋은 일을 했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훌륭하다고 하자. 그렇지만 돈을 훔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쿠데타 이후에 한 역할과 쿠데타는 별개인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심재철 의원이 가장 명쾌하게 정리를 했다.
심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5.16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이 크다고 해도 5.16 자체가 쿠데타였다는 평가는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5.16이 산업화에 공헌이 있다손 치더라도 현역 군인들이 총칼로 정권을 탈취했다는 점에서는 쿠데타는 분명 쿠데타인 것이다.
▶ 5.16에 대한 역사논쟁을 불식시키는 방법은 없나?= 박근혜 대통령이 해결하면 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4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저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말씀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판단하고 행동하고 결정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분명하게 "헌법을 준수하겠다" 선서를 했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딸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장에서 평가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으로서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자주 강조를 했는데 이제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를 넘어서는 ''비욘드 박정희''를 해야 한다.
''5.16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쿠데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후 대한민국을 바로 세웠다. 그러므로 공과 과를 제대로 평가하자''라고 한다면 국론이 양극단으로 나뉘는 분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덩샤오핑(등소평)이 마오쩌뚱(모택동)에 대해 ''공은 7이고 과는 3이다''라고 선언하면서 문화대혁명으로 찢겨진 중국을 ''흑묘백묘''론으로 바로 세워 갔듯이 이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 과에 대해 한 측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평가를 하는 것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5.16을 쿠데타라고 인정한다고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업적이나 치적이 사라지는 것이아니고 5.16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해서 군대를 이끌고 무력으로 국정을 장악했던 사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