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앞두고 최근 대학가에 월세 붐이 일면서 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때아닌 ''이중고''를 겪고 있다.
10평 남짓한 원룸이 1000만 원가량의 보증금 이외에 많게는 60만원의 월세를 지불해야 해, 학업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19일 고려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 대학가에서는 전세집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1000만 원의 보증금에 매월 50만~60만 원을 월세로 요구하는 ''월세 매물''은 넘쳐났다.
대학가 월세는 리모델링, 토지값 상승 등의 이러저러한 이유로 오르고 있어, 대학가 인근에서 40만 원대 월세 원룸을 찾기란 이제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 지 오래다.
공인중개사 여규숙(52) 씨는 "싼 방들은 집주인들이 리모델링을 해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학교 인근에는) 월세가 싼 방들은 없고, (학교에서 거리가 좀 있는) 외곽 지역으로 빠져 나가거나 고시원을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세집과 월세집의 수가 그렇게 많이 차이나지 않았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전세 은행금리가 월세보다 낮아지면서 대학가엔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H부동산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5000만~7000만원하는 전세가 많이 있었지만 올해는 전세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최근 대학가에서는 원룸 신축 또는 기존 원룸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월세 원룸 임대를 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각광받으며 월세를 놓으려는 집주인들이 덩달아 늘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가 위치한 안암동 인근 S부동산 김운용(63) 공인중개사는 "주인들이 소득을 많이 창출하기 위해서 방을 하나 만들 걸 두 개로 나눠 만들면서 월세로 내놓고 있다"며 "점점 학생들과 부모들만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6개월에서 1년치 월세에 해당하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미리 받는 ''선(先)월세''도 생겨나고 있어 월세를 마련하는 데도 목돈을 지불해야 하는 대학생들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오영림(27)씨는 "요즘 학교 주변이 전세는 잘 안하려고 하고 월세를 놓으려고 하는데 학생 입장에서는 매월 부담이 많이 된다"며 "전기세와 난방비 등이 더해지면 50만 원을 훌쩍 넘어 월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