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늘고 의료진은 줄고…의정갈등에 간호사들 "이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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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내 대학병원, 병원에 남은 의료종사자들 연차 강요, 업무 과중 시달려
병원 측 재정 부담 줄이려 직원들에 응급오프와 무급휴가 권장
사태 초반보다 입원 환자는 오히려 증가…남은 의료진 '업무 과다'로 혼란
의료 인력 줄면서 의료사고 등 의료서비스 질적 저하 우려도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부산지역 대학병원 내 간호사 등 병원에 남은 의료 종사자 사이에서 연차 사용 강요와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병원 측이 경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 인력을 줄이면서 의료진에 피해가 떠넘겨질 뿐 아니라 의료 사고 등에 대한 우려까지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 A대학병원은 인건비 등 경영 효율을 이유로 간호사 등 병원에 남은 의료종사자들에 '응급 오프'(휴일)와 무급휴가를 권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 현장에는 평상시보다 적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응급 오프'는 직원 개인 연차가 소진되는 방식이라, 내부에서는 원하지 않는 연차 사용을 사실상 강요받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A병원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대부분 대학병원들도 경영 상황 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에 응급 오프와 함께 무급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특히 부산의 한 대학병원의 경우 직원들 200여 명을 대상으로 순번을 정해 한 달 간 무급휴가를 가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경영 상황이 어려울수록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에 연차보다도 무급휴가를 권장하고 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 오프와 무급휴가를 함께 쓰도록 하고 있다"며 "재정적으로 압박이 있다보니 연차보다도 실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무급휴가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부산뿐 아니라 모든 대학병원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첫날 부산대학교 병원이 환자로 붐비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정혜린 기자전국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첫날 부산대학교 병원이 환자로 붐비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정혜린 기자
게다가 A병원은 지난 달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초반에 비해 최근 입원 환자수를 다시 늘리고 있다.
 
한 달 전 전공의 업무 공백에 대비해 기존 환자를 대거 퇴원시키는 등 입원 환자수를 평소 대비 50% 수준까지 줄였었지만, 최근에는 입원 환자를 더 수용해 평소의 60~70%까지 환자수가 늘었다.
 
전공의들의 공백은 여전하고, 오히려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 숫자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입원 환자는 오히려 늘어나자 업무가 과중하다는 호소가 터져나온다.
 
A대학병원 관계자 B씨는 "간호사들에 연차를 사용해 인력을 줄이게 끔 압박이 계속 들어온다. 사실상 강제적으로 연차를 써야하는 셈"이라며 "전공의들도 없는 상태에서 평소 5명이던 인원을 3~4명으로 줄이면서 1명이 감당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아 눈코 뜰 사이 없이 일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환자 수 대비 의료 인력이 줄어들면서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의료 사고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업무 과중으로 의료 현장에 혼란이 커지면서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응급상황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의료사고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원에 남은 의료진이 진료 부담과 피해를 떠안게 된 만큼, 의사와 정부 사이의 다툼이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B씨는 "의사들 파업에 그 피해를 왜 우리가 고스란히 받고 우리가 갈려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사태가 끝나면 의사들은 별일 없다는 듯이 복귀하겠지만, 병원에 남은 직원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생만 하다가 보상 하나 없이 소모된 상태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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