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 드러난 與野 원내대표전…그 많은 중진들 숨거나 물러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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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친윤·친명 후보가 원내사령탑 오르나
與 수도권·쇄신파 '세력' 없어…수싸움에서 영남·친윤에 밀릴 수밖에
'이재명의 민주당'과는 협상력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다급한 이재명…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원내 장악 급선무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 연합뉴스국민의힘 이철규 의원·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 연합뉴스
22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여야 원내 사령탑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여야 모두 '무혈입성' 분위기로 흐르면서 정당 본연의 기능을 잃어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합의와 협상 대신 계파주의가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여야 협치 가능성도 전면 차단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후 반성과 쇄신 차원에서 당권을 비주류에게 넘겨주더라도 권력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내 권력은 친윤계가 쥐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고개들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재명 대표에 대해 유리하게 작용한 '총선 민심'이 사그라들기 전에 당을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는 논리에 매몰된 상태다. 여야 모두 계파색(色)이 강한 후보들만 주자로 나서면서 '강대강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與, 쇄신파 세력화 더디고 '양보 없는 민주당'에 진저리 

국민의힘 안철수, 이철규, 나경원, 권영세 등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안철수, 이철규, 나경원, 권영세 등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다음달 1일까지 원내대표 후보 등록을 마치고 3일 오후 2시 투표에 돌입한다. 하지만 27일까지도 원내대표 선거 대진표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전에는 여야를 떠나 치열한 사전 선거운동에 표 계산을 하느라 분주할 때다.

지금까지 선거 레이스에 뛰어든 중진의원은 '친윤' 이철규 의원 뿐이다. 이 의원은 중진의원들과 영입인재 출신 당선인들을 차례로 만났고,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도 만나 당내 현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원내대표 후보군에 꼽히는 3·4선 의원이 국민의힘은 25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4선 고지에 오른 박대출 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김도읍 의원, 김상훈 의원, 이종배 의원, 3선 중에서는 이철규 의원, 이양수 의원, 송언석 의원, 김성원 의원, 송석준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침묵을 깬 의원은 없다. 후보군에 거론되는 의원 상당수는 "주말까지 고심해 보겠다"며 '눈치 싸움'만 이어가고 있다.

4·10 총선에서 '108석'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뒤 수도권에서 생환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용산 책임론은 물론 영남·6070 유권자에게만 의존하는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지만, 정작 원내 권력은 여전히 친윤계가 틀어쥐고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반윤에 가까운 의원들이 드라마틱한 생환을 했지만 소위 '수도권 쇄신파' 의원이 정작 몇 명이나 되느냐. 목소리만 클 뿐"이라는 반응이다. 예컨대 지난 21대 국회에서 주류 영남권 출신인 주호영 의원은 84표 중 59표를 얻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권영세 의원(25표)을 압도했다.

원내대표 선거는 오직 의원들만 투표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후보 개인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기본적으로는 당내 계파 머릿수 싸움이다. 이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윤계의 중심인 데다 이번 국민의힘 공천 국면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초선의원들과의 접촉 면도 넓다. 영입인재 출신 의원들로서는 심중이 이 의원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참패의 원인을 대통령실과 친윤에게 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향후 쟁점 법안에서의 표 단속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친윤계가 원내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자기 세력이 없는 단기필마(單騎匹馬)형 의원에게 원내 사령탑을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의중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협상을 해봤자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비관주의도 이미 당내에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에 아무 진척이 없자 18개 상임위를 모두 차지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쇄신파 후보가 출마해 힘겹게 친윤계를 이기더라도 당장 22대 국회 첫번째 원 구성에서부터 아무 실익도 얻지 못한 채 무능한 이미지만 덧씌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현재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등 국회 핵심 보직을 양보할 여지가 이전보다 더 없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이 의원의 출마 여부를 놓고 당내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강승규 당선인은 "이 의원이 대통령과 함께 정권 탄생에 참여했고 친윤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등 당직을 맡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어떤 의원이 국정과제를 이행하고 야당과 협상할 수 있느냐"고 두둔한 반면, 안철수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것만큼 선거 패배의) 책임이 다른 분에 비해 더 크다"며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당이 바뀌는 모습을 보일 중요한 계기인데 꼭 지금 나와야 할까"라고 비판했다.

결선은 옛말…李가 교통정리 나서 '일사천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패권주의는 민주당에서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재명 대표가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3·4선 의원들은 45명에 달하고, 총선 직후 김민석·김성환·김병기·서영교·한병도·박주민 등 범(凡)친명계에서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의원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직접 1대1 면담과 식사 자리를 통해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자신의 심복인 박찬대 의원을 위한 '레드카펫'을 깔아주다시피 했다.

막판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무수석 출신인 한병도 의원을 지지하면서 비주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한 의원도 출마의 뜻을 접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4파전까지 치를 정도로 다양한 후보들이 출마했었고, 결선을 세 번이나 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의힘도 2파전 형태로 원내대표를 선출해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원내대표는 당내 계파를 아우르며 이견을 조정하는 자리로, 단독 출마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다.

관행과 명분을 중시하는 국회에서 이 대표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이재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당대표직을 대선 1년 전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감안하면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하더라도 2025년 말, 2026년 초에는 물러나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 대표를 옥죄고 있는 사법 족쇄도 부담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경우 연내 선고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1년에서 1년반이다. 22대 국회 1분기에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며 "총선에서 드러난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민심은 곧 사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원내 단일대오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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