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정정보도' 딱지 붙이는데 앞장설까?[권영철의 Why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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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지환의 뉴스톡

■ 방송 : CBS 라디오 'CBS 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네이버, 총선 앞두고 '뉴스혁신포럼' 출범…왜 '딱지' 붙이려 할까?
네이버 관계자 "윤 정부의 '가짜뉴스 전쟁' 방침과 무관하지는 않아"
카카오 "확정되지 않은 기사에 대해 '딱지' 붙일 검토 안 해"
악용·남용 막을 장치 마련될 때까지 시행 유예해야


◇박지환 앵커> '네이버'가 언론사의 뉴스보도에 대해 피해자의 신청이 있을 경우 자체적으로 '정정보도 청구 중" 또는 '반론보도 청구 중'이라는 표시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표시를 붙이는 위치도 본문이 아니라 제목 바로 아래라고 합니다.

네이버가 왜 이런 조치를 하게 됐는지? 자세한 내용 권영철 대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박지환> 네이버가 하겠다는 게 정확히 어떤건가요?

네이버 사옥. 연합뉴스네이버 사옥. 연합뉴스
◆권영철> 네. 네이버가 지난주 금요일 (3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내용입니다.

네이버는 "언론보도 등으로 명예훼손 또는 권리침해를 입은 이용자가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와 추후 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일단 접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습니다. 기존에는 서면이나, 등기우편으로 접수해야 했던 절차를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정정보도 청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PC/모바일 배너 및 별도의 페이지를 신설해 이용자에게 적극 알리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정정보도 등의 청구 시, 기존 네이버뉴스 본문 상단에 '정정보도 청구'가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뉴스 검색 결과에도 '정정보도 청구 중' 문구 등을 노출해 인터넷뉴스 서비스 사업자의 책임을 보다 충실히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지환> 언론기사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네이버에 정정보도 등을 청구만 해도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일종의 '딱지'를 붙이겠다는 건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네이버가 발표한 자료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박지환> 네이버는 포털 사업자이긴하지만 사기업 아닌가요? 이렇게 해도 되나요?

◆권영철> 그래서 논란을 빚고 있는 겁니다. 오늘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등 주요 신문들이 사설과 기사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비판의 핵심내용은 이런 겁니다.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뉴스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페이지의 기사 제목과 본문 상단 사이에 '정정보도 청구 중' 또는 '반론보도 청구 중'이라는 표시가 자동으로 붙는다', '기사의 이해 당사자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불편한 기사들에 대해 일단 신고를 하기만 하면 뭔가 문제가 있는 기사라는 딱지가 붙게 되는 것이다' 라는 겁니다.

네이버 제공네이버 제공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하는 기사에 '불량·부실 기사'라는 오명을 씌워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데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얘깁니다.

네이버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는 반론권을 신속하게 보장하겠다는 것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악용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는 게 언론들의 비판인 겁니다.

◇박지환> 댓글도 한 사람에게 10개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구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네이버는 "특정 기사에 답글을 과도하게 다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한 기사에 달 수 있는 답글 개수도 1인당 10개로 제한"한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인한 선거법 위반 확인 댓글에 대해 즉시 삭제를 진행하며, 경고 후 반복 적발 작성자에게는 댓글 작성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네이버는 또 "접수된 정정보도 청구 등을 기사 제공 언론사에 전달할 때, 해당 기사의 댓글을 일시적으로 닫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청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지환> 또다른 포털 사이트인 다음뉴스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합니까?

◆권영철>  카카오 관계자는 심의가 진행 중인 기사에 대해서는 그런 '딱지' 조치를 검토하지도 않고, 그렇게 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환> 네이버가 왜 이렇게 방침을 정한 건가요?

◆권영철> 네이버 쪽에 확인해보니 외형적으로는 올해 초에 출범한 '네이버 뉴스혁신포럼'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뉴스혁신포럼은 올해 초 네이버가 각계 전문가들을 추천 받아 출범시킨 독립적인 기구라고 합니다.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방통위원장을 지낸 최성준 변호사가 선출됐고 △김용대 한국인공지능학회 회장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문한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 등 7인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렇지만 출범시기나 출범 직후 첫 권고가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정책 방향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네이버 제공네이버 제공
◇박지환> 권 기자! 직설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정부의 압력이나 압박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는 건가요?

◆권영철> '오비이락'이라고 해야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네이버에서도 정부의 이른바 '가짜뉴스와의 전쟁' 방침과 무관하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네이버 쪽에 물어보니 "정부가 바뀐 뒤 상당한 압박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 뉴스혁신포럼 출범이나 이후의 권고 등이 정부의 정책방향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혁신포럼 위원들의 구성에 대해서는 "정치권으로부터 추천을 직접 받은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혁신포럼의 한 위원은 "위원회는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였고, 특정 정파를 편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최성준 위원장도 "뉴스혁신포럼은 외부 인사들로만 구성된 독립적인 기구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네이버 뉴스 전반을 살펴보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로 개선 방향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지환> 이전에도 언론보도에 대해 이렇게 '딱지'를 붙이는 일이 있었나요?

◆권영철> 네이버 관계자는 2011년에 개정된 언론중재법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언론중재법에 그런 내용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제17조의2(인터넷뉴스서비스에 대한 특칙) ①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제14조제1항에 따른 정정보도 청구, 제16조제1항에 따른 반론보도 청구 또는 제17조제1항에 따른 추후보도 청구(이하 "정정보도청구 등"이라 한다)를 받은 경우, 지체 없이 해당 기사에 관하여 정정보도청구 등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고 해당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 등(이하 "기사제공언론사"라 한다)에 그 청구 내용을 통보하여야 한다.

하지만 해당 법 조항은 2011년 만들어진 이후 지금껏 거의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신청 절차도 까다롭고 해서 사실상 사문화된 법률 조항이었습니다. 그런데 총선을 코앞에 두고 언론사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갑자기 활성화하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이런 조치가 있긴 했습니다. 사실 아무런 권한이 없는 방통심의위가 지난해 11월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이후, 네이버 4차례, 카카오 2차례, 구글코리아와 페이스북코리아 1차례씩 '자율규제 협조' 공문을 보냈습니다.

방통심의위는 공문에 자율규제 예시로 '가짜뉴스 신속심의 중입니다'라는 표시 또는 삭제·차단 등의 조치를 명시했고,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실제로 '신속심의 중'이라는 표시를 했습니다.

◇박지환> 이렇게 되면 언론중재위원회나 방통심의위 판정이 나오기도 전에 정정보도가 청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짜뉴스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까?

◆권영철> 그게 문제입니다. 정정보도 청구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가짜뉴스'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겠습니까?

절차를 간소화하고 댓글까지 차단하면 너도나도 가짜뉴스라며 정정보도를 청구할 우려가 높습니다. 특히나 총선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심각한 언론자유의 침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박지환> 신청은 아무나 해도 되나요?

◆권영철> 그건 아닙니다. 일단은 피해 당사자인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당사자가 맞는지 인증 절차를 거치게 될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피해가 있다는 것도 인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신청을 쉽게 만드는 건 오남용 될 우려가 큰 게 사실이고, 언론보도에 지장을 주는 것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을 조정하는 준사법적 기구인 언론중재위가 존재하는 이유도 이 때문 아니겠습니까?  언론중재위의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사기업에 불과한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기사에 '딱지'를 붙여 낙인을 찍는 것은 지나치지 않겠습니까? 악용과 남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할 때까지는 제도 시행을 유예하는 게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박지환>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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